"최악땐 '준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못해"

일부 금통위원 공산품값 상승 강한우려 표명
"비용인플레이션 4단계중 3단계 진입" 분석
충격 최소화 위한 정책조합 서둘러야



"최악땐 '준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못해" 일부 금통위원 공산품값 상승 강한우려 표명"비용인플레이션 4단계중 3단계 진입" 분석충격 최소화 위한 정책조합 서둘러야 이종배 기자 ljb@sed.co.kr 콜금리 인상 이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나 유가 상황이 현재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하반기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이면에는 이르면 올 하반기 늦으면 내년 초께부터 예상되는 비용 인플레이션 현실화에 따른 물가인상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일부 금통위원들이 공산품 가격 상승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점.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이 수요위축으로 이어져 ‘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연출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원화절상에 따른 유가 등 수입물가 안정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비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됐을 때 수요 파트에서 마땅한 호재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수입물가, 가공물가는 고공행진 지속=소비자ㆍ생산자ㆍ가공단계별 물가동향 등을 보면 ‘비용 인플레이션’에 이르는 4단계 가운데 3단계 초입까지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비용 인플레이션은 수입물가 상승→가공물가 상승→생산자물가(PPI) 상승→소비자물가(CPI) 상승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수입ㆍ가공 물가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수입물가를 보면 전년 대비로 2003년에는 1.8% 상승했으나 2004년에는 10.2%, 2005년에는 2.9%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2004년 3.6%, 2005년 2.7%)을 웃돌고 있다. 특히 올 5월 수입물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11.3%나 급등하며 1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상태다. 이 같은 수입물가 상승은 가공단계(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 상승률은 2003년 2.9% 상승한 데 이어 2004년 11.3%, 2005년 3.9%에서 올 5월 7.5% 등으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성큼 다가온 비용 인플레이션=원자재 값이 뛰고 가공단계 물가가 올랐지만 최종 단계인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다. 한마디로 최종 단계 물가에는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우선 가공단계별 물가의 최종재 상승률을 보면 2003년 0.7%, 2004년 2.8%, 2005년 0.3%에 이어 올 1~5월에도 1%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낮은 가격상승률 덕에 소비자물가 역시 2~3%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안심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소비자물가 안정 이면에는 가격인상 요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기업들이 내수회복이 탄력을 받지 못하자 비용절감 등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회사들이 매출은 늘었지만 채산성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제적 정책조합 서둘러야=비용 인플레이션 현실화에 대해 재경부는 실현 여지는 낮다고 설명한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비록 예전처럼 원화절상이 원자재 값 상승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며 “하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비용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내수도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도 일자리 창출 등 내수회복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한계에 몰린 기업들도 올 연말, 늦으면 내년 초부터 연쇄적 가격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물가불안이 현실화됐을 때 내수가 이를 뒷받침해주면 되는데 현재로서는 둘 간의 미스매칭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 인상 압력은 고조되는 반면 소비자전망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는 물가인상을 견딜 만큼 소비회복을 예고하고 있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신 연구위원은 “앞으로 다가올 비용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조합이 요구된다”며 “이의 일환으로 단기적 수요촉진책보다는 공급확대로 비용 인플레이션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인플레이션 이란] 인건비·원자재 가격등 비용상승으로 물가인상 인플레이션은 수요 견인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수요 인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수요 증가로 인한 물가 인상을 의미한다. 비용 인플레이션은 수요 증가가 아닌 인건비, 원자재 값 상승 등에 의한 것이다. 수요 인플레이션이 공급보다는 수요 초과로 생겼다면 비용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 원리보다 비용 급등에 따른 것이다. 비용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 73~74년 석유 값 인상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값 폭등으로 국내 물가가 큰 폭상승한 것. 문제는 비용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 등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면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비용, 즉 생산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시장과 상관없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이는 결국 또 다른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요 인플레이션은 비교적 통제하기 쉽지만 비용 인플레이션은 조절이 쉽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단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오일쇼크 때 전세계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는 많지 않았는데 물가가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석유 값 등 비용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됐고 그 결과 경기는 나쁜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입력시간 : 2006/06/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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