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산업안보에 정면 도전이다

90조원의 시장가치를 지닌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기술이 세계 패권 기업의 한국지사 직원에 의해 유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삼성과 LG의 차세대 디스플레이(AMOLEDㆍ아몰레드) 제조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오보텍 한국지사 직원 3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6명을 기소했다.

충격적인 것은 오보텍이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장비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절대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의 초일류 기업이며 삼성ㆍLG와 대등한 관계의 협력업체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국제 네트워크에 의한 조직적 산업 스파이 혐의가 짙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오보텍은 DAP라는 별도의 홍콩법인을 만들어 세계 각지의 거래처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본사 차원에서 거래처 정보 파악 지시가 있었던 정황도 포착됐다. 한국지사 직원들이 빼돌린 기술은 이스라엘 본사와 중국 및 대만 지사로 유출됐다. 개인이나 한국지사 차원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검찰은 오보텍 본사와 중국 지사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오보텍은 오히려 세계 시장의 77%를 차지하는 자신들의 시장지배력을 과시하면서 "우리가 철수하면 삼성과 LG는 망한다"며 검찰에 압박까지 서슴지 않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몰레드는 기존 LCD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고 화질도 훨씬 선명한 최첨단 기술로 법에 따라 국가 핵심 산업기술로 지정돼 있다. 이런 기술이 빠져나가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유출된 기술을 회수할 수도 없고 배상청구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못 잡는다는 말처럼 기술유출을 사전에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은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번 사건은 직장 이직이나 기술제휴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유출 사건과 차원이 다르다. 한국 산업안보에 대한 해외 기업의 정면 도전이다. 그런 만큼 검찰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인터폴을 비롯한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사건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 외교적으로 민감하다고 우물쭈물하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핵심 기술은 세계의 '봉'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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