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가 파문을 일으켰다. 강 사장은 지난해 7월 석유공사 대형화와 자주개발률 제고 등 해외자원 개발의 성과를 인정받아 예외적으로 1년 연임까지 했는데 임기를 두 달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업무피로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사정은 다르다.
석유공사는 그동안 정부 방침에 적극 부응했다.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은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석유공사가 지금의 5배는 돼야 한다"며 대형화를 지시했다. 이후 지경부와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개발 기업 인수합병(M&A), 생산광구 인수 등 대형화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해나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해외자원 개발의 선봉에 나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4월 감사원 감사에 이어 최근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연달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대형화를 추진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그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로 나온 것이 강 사장의 사의표명이다.
석유공사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석유공사의 실제 성과가 미흡하지도 않다. 부채는 늘어났지만 자주개발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회사의 대형화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가 비싸게 이뤄졌다고 비판하지만 자원개발이 10~20년의 장기 비즈니스인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감사원이 비싸게 샀다고 지적했던 해외광구 중에는 대박이 난 것도 많다. 해외개발 물량 중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없다는 것도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경제성을 고려해 우리가 개발한 물량은 팔고 그 돈으로 보다 싼 원유를 사서 들여올 수도 있고 우리나라와 가까운 다른 국가 생산물량과 바꿔(스와프) 그 물량을 수입할 수도 있다.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성과는 단기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전략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정부의 핵심 어젠다임에도 모든 책임을 석유공사에만 지우는 감사당국의 처사는 옳지 않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어느 공기업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