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여파로 달러 기근이 심화되면서 중국ㆍ러시아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자국통화를 활용할 수 있는 소규모 국제공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기축통화로 통용돼온 달러화의 절대적인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상하이(上海)데일리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회 중ㆍ러 경제고위포럼’ 연설에서 “지금이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건설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며 “새 질서에서는 개도국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달러 이외의 다른 통화를 사용하도록 국제통화 시스템이 다변화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중국의 이 같은 제안에 동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오늘날 전세계가 달러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중ㆍ러 간 교역의 결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국통화들을 더 폭 넓게 사용하자”고 제의했다.
중국이 이처럼 ‘반(反)달러 전선’의 전면에 나선 것은 2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배경으로 자국통화인 위안화의 국제위상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미 달러에 대한 중국의 ‘공습’은 우선 대만과의 교역에서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1월3일부터 7일까지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리는 제2차 양안회담을 통해 양안 무역대금 결제수단을 미 달러화 대신 양안 통화로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리중(鄭立中) 해협회 부회장은 “중국과 대만의 금융계 대표들이 이번 양안회담에서 손을 잡고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달러 기류는 남미 국가들과 여타 아시아 국가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 현지언론에 따르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전날 순번의장국인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긴급 확대회의를 갖고 회원국 간 무역거래에서 미 달러화 사용을 줄이고 자국통화 사용을 늘리며 현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간에 적용되는 달러화 배제와 자국통화 사용 확대조치를 향후 모든 메르코수르 정ㆍ준회원국으로 넓혀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태국과 세계 4위의 산유국인 이란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쌀과 석유를 물물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달러 결제’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