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단독' 10년차이상 판사 배치

단독판사 3~4명으로 구성된 재정합의부도 4개 신설
서울중앙지법, '튀는 판결' 크게 줄듯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경력 10년차 이상의 고참법관을 형사단독판사로 전진 배치했다. 또한 그동안 활용되지 않았던 재정합의제도를 내실화하기 위해 재정합의부 4개를 신설해 형사 단독판사가 맡은 사건을 단독판사 3~4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이 같은 내용의 2010년 사무분담표를 확정, 발표했다. 이번 사무분담 시도는 전국 법원에서 처음 이뤄지는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사회적 영향이 큰 사건 재판에서 국민들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먼 튀는 판결이 잇따른 데 따른 사회적 비난여론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긍정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번 사무분담을 통해 재판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재정합의를 내실화하기 위해 형사 단독판사 4명 씩으로 구성된 재정합의부 4개를 새로 만들고, 형사단독재판부에 경력 10년차 이상의 법관을 배치했다. 신설되는 재정합의부는 평소 단독판사로서 징역ㆍ금고 1년 미만 형에 해당하는 형사 재판을 담당하지만, 중요 사건이 접수되면 재정결정을 거쳐 단독판사로 구성된 4명의 합의부가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법원은 재정 결정할 사건의 구체적인 기준과 세부 운영방식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논란의 중심이 된 중요 형사단독 재판장으로는 연수원 20~29기의 경력 10~19년차를 배치시켰다. 이밖에 영장ㆍ즉결ㆍ약식 등의 경우도 19~34기가 배치돼 지난해 18~36기 법관에 비해 경력이 상향 조정됐다. 또, 이들 법관의 연령도 지난해 27~47세였던 것이 비해 31~46세로 상향 됐다. 지금까지는 형사단독 재판부에 통상 5~15년차 법관이 배치돼 왔다. 반면 서울중앙지법과 법관 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다른 지방법원의 경우, 고참 판사들을 전면 형사 단독판사로 전진배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수적인 법원이 이 같은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하게 된 데는 최근 시국사건에 대한 잇따른 튀는 판결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하며 사법행정 실무를 총괄했던 신임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의 개혁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법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최근 몇몇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가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며 "부당한 비난이나 압력에는 흔들리지 않겠지만, 부당한 비난이라도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면 남의 무지와 몰이해만을 탓하지 말고 이유를 생각해 우리의 고칠 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를 향한 비판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형사 단독재판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평가 했다. 이와 함께 민사단독 재판부도 전원 6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판사로 채워졌다. 늘어난 업무를 감안해 형사합의부와 민사합의부, 정식재판 담당 재판부를 각각 1개씩 늘리고 회생단독재판부 2개를 증설했다. 전담 재판부로 운영하던 국민참여재판은 별도의 전담을 두지 않고 모든 형사합의부에서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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