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1·23 연평도 도발] 주식시장 동향, 기관 "사자" 장 떠받치고 외국인도 매수세 가세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24일 장 초반 흔들렸던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한 투자자가 서울경제신문을 꼼꼼히 읽고 있다. /이호재기자


‘셀 코리아(Sell Korea)는 없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부각시켰지만, 국내 시장으로 몰려오는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전날 충격에 빠졌던 시장은 빠르게 차분함을 되찾았고, 외국인과 국내 기관은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를 활용해 우량주를 사들였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6포인트(0.15%) 떨어진 1,925.98에 장을 마쳤다. 전날 2% 이상 폭락했던 선물시장의 영향으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45.02포인트(2.33%) 급락한 1,883.92로 출발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로 인한 조정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코스피지수는 10여분 만에 1,900선을 탈환했고, 오전 11시 전후로 1,920선도 회복했다. 최근 중국 긴축정책이나 아일랜드 재정위기로 조정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북한 발 충격에서 예상보다 쉽게 벗어난 셈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은 나란히 ‘사자’에 나서며 한국 증시를 떠받쳤다. 기관이 4,502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 하며 지난 11일(5,862억원) 이후 9일 만에 최대 매수세를 보였고, 당초 투매가 예상됐던 외국인은 오후 들면서 매수세가 다소 잦아들긴 했지만 183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4일째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시장의 패닉 상태가 일단락되고 투자자들이 빨리 안정을 되찾은 것은 지금까지 북한 도발을 겪어온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북한 이슈는 금융시장을 출렁거리게 만드는 민감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일시적이고 시장의 추세를 훼손하지 못했다. 미국, 중국 등 주변국가의 긴박한 반응을 인식한 북한이 추가로 도발하지 않은 것도 시장이 이번 사건을 ‘일회성 악재’로 판단하게 했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이 유럽 재정위기나 중국의 긴축정책처럼 글로벌 유동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 되지 못했다는 판단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UBS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북한의 관심은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이지 한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역시 “이번 공격이 처음으로 민간인 주거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긴장이 유지되겠지만, 한반도의 긴장상태와 교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주가조정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맥쿼리증권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분명 확대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사태가 확산되지 않는 한 시장은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선호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다이와증권 리서치헤드 전무는 “현재까지도 한국통화가 달러대비 10%, 엔 대비 20% 정도 저평가 돼 있는데 이는 환율절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지만, 어제 사건으로 절상속도가 낮춰지면 오히려 수출주에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날 기관의 경우 삼성전자(959억원), KB금융(655억원), LG전자(500억원), 하이닉스(494억원), 우리금융(258억원) 등 전기전자(IT)ㆍ금융주를 집중적으로 샀고, 외국인 역시 하나금융지주(466억원), KB금융(404억원) 등 금융주를 순매수 상위종목에 올렸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기업의 펀더멘털이 좋고, 국내증시가 외국에 비해 30% 저평가됐다는 점이 북한발 악재에도 매수세를 높이고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도 북한발 악재가 일회성에 그쳤음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에겐 오늘 하락을 저점 매수세의 기회로 살리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고, 그 상승세는 중국 긴축정책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두 가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일부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번 북한 사태가 ‘도이치 쇼크’로 인해 불거진 외국인 자본유출입 규제를 다소 완화할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에 따라선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가 완화될 수 있고,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은이 미국연방준비은행제도(FED)와 통화스와프를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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