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9시 20여명의 중소 가구업체 대표와 임직원, 가구단체 직원들이 경기도 의정부 경기북부벤처센터에서 출발하는 대형버스에 서둘러 몸을 실었다. 가구산업혁신클러스터협의회와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한국가구산업협회 등이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국내 가구선도기업 탐방' 행사로 한샘(009240)의 선진 물류시스템을 둘러보고, 내달 18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이케아 광명점까지 살펴보는 일정이었다.
이들의 첫 행선지는 경기도 시흥 오이도의 한샘 5공장 물류센터. 90여분을 달려 도착한 1,800평 규모 물류센터 앞에 한샘 직원들이 나와 중소 가구인들을 맞았다. 이날 인솔자로 나선 한샘의 김신흥 차장은 "이곳 오이도 물류센터는 월 500억원 규모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곳으로 많게는 하루 25억원어치를 처리한다"며 "녹다운 방식 포장으로 한 차량에 여러개 제품을 실어 물류비 효율을 높이는 한편 시공사원들이 드라이버만 들고가서 제품을 조립할 수 있도록 혁신했다"고 소개했다. 중소 가구인들은 30여분간 물류센터를 돌아보며 각각의 제품 코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 물류와 보관 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별도 공간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다음 행선지는 이케아의 국내 첫 점포인 광명점. 건물 안팎에서는 전구를 설치하고 마감재 시공을 하는 인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샘과 달리 이케아에서는 단 한 명의 직원도 나오지 않았다. 제품 진열 전이라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한 가구사 대표는 "이케아 광명점을 간다기에 없는 시간을 쪼게 참가했는데 최소한 이케아 진출 후 국내 가구산업을 우려하는 국내 가구인들에게 이케아가 어떤 회사고 한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지 정도는 설명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내 시장에 대해 이케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지 알만하다"며 혀를 찼다.
건물 둘레를 따라 7만8,450㎡ 규모의 부지를 걸으며 가구인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약 1,4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이케아, 롯데아울렛이 연결되는 것을 보고는 "이런 데도 이케아를 가구전문점으로 분류하다니 정부와 지자체가 제정신이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눈에 담기 어려운 거대한 외관에 "이제 한국 가구산업은 다 망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세 경영인을 데리고 온 한 중소가구업체 대표는 "앞으로 우리 회사가 맞서야 할 상대이기에 자식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이케아 매장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는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구인들을 만나 설립을 약속한 가구디자인클러스터 부지가 있었다. 이케아 진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최근에서야 경기도는 경기가구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입주 희망기업을 찾고 있다. 한 가구단체 관계자는 "일단 경기도에서 지원을 하겠다고 하니 회원사 상당수가 입주하기로 하긴 했는데 이케아 외관을 보고 나니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어두운 표정을 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