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월 7일] 쌍용차, 강력한 자구안 내놓아야

선우명호 (한국자동차공학회장ㆍ한양대 교수)

쌍용자동차는 올해 초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의 워크아웃 신청과 공장가동 중단 등으로 벼랑 끝 위기로 몰렸다. ‘먹튀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던 쌍용차가 우여곡절 끝에 공동관리인 취임을 시작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두 달이 훌쩍 지나갔다. ‘먹튀 논란’에다 ‘회생이냐, 청산이냐’는 등 쌍용차를 둘러싼 보도들이 연신 쏟아져 나온 올해 초의 상황을 떠올려 볼 때 지난 달포가량 쌍용차는 너무나 조용했다. 언론에서도 쌍용차의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현대ㆍ기아ㆍGM대우ㆍ르노삼성 등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일까. 그래서 쌍용차 문제는 언론과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일까. 자동차산업은 비단 미국에서만 중요한 산업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자동차산업은 전 산업 고용부문에서 약 7.6%를 차지하고 국가 세수부문에서도 약 18%를 차지하는 국가재원조달의 중추이다. 부품업체 등 다른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엄청난 산업이다. 그래서 쌍용차 문제는 우리 경제에 있어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2월 판매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필자는 물론 일반의 눈길은 단연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의 실적에 모였을 것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0%나 감소했으나 지난 달(1월)에 비해서는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측은 그러면서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대외신인도가 점차 회복되고 있고 영업 전반의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판매 강화활동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불안해소 노력이 실적증가의 주요인”이라며 희망 섞인 설명을 곁들였다.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선전(善戰)”으로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차 회생의 진정한 불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쌍용차가 회생의 길로 갈지 청산절차를 밟게 될지 속단하기도 이르다. 게다가 법적으로, 절차적으로 쌍용차가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을 내놓기 위해서는 채무현황과 회생가능성 평가 등을 토대로 한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하고 그 기간도 통상 7~8개월 걸린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가 채권자들에게 빚을 얼마나 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작업이 최근 시작됐다. 쌍용차를 회생시키는 것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조사도 실시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쌍용차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는 조만간 3,000여명을 정리해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 조정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자구노력의 정도와 의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그 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든다.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의지와 자세를 조금 더 일찍 보여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위기는 미국발 글로벌 경제한파의 영향 탓도 있겠지만 국내 자동차회사에 비해 현격히 저조한 생산능력과 노사갈등, 세계시장의 요구에 벗어나는 지나치게 편중된 제품군과 부족한 기술경쟁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 쌍용차의 위기는 대외적인 영향 못지않게 심각한 내부문제에 기인한다는 얘기다. 쌍용차를 이끌어주던 1,000여개 부품생산 협력업체의 경영부실과 부도위기도 난제 중 난제이다. 이미 2월 쌍용차 협력업체 1곳이 처음 부도를 맞은 가운데 협력사 10여곳도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어 협력업체들의 도미노 부도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법정관리 기간 동안이라도 우량 부품업체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단기유동성 및 판로확보 등 다양한 지원책이 다각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쌍용차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야심작인 소형차 SUV ‘C200’이 올해 하반기 예정대로 출시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쌍용차는 현재 ‘C200'에 미래를 걸고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차 개발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시험과 오류를 잡기 위해 300~400대의 테스트 차량을 만드는 등 수천억원이 소요되기 마련인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가 ’C200'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 지도 지켜볼 일이다. 쌍용차 노사는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고통 없이 생존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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