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병력 안알려도 보험금 받는다

가입 5년내 치료받지 않았을때…가족력 고지 의무도 폐지
불합리한 보험제도·관행 대폭 손질 내달 시행


오는 4월부터 과거 병력(病歷)이나 가족력 등으로 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등의 불합리한 보험 제도 및 관행 사례가 사라진다. 또 기존의 질병 등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보험 가입 뒤 5년 내에 치료 등을 받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과 생명ㆍ손해 보험사들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개별약관 개선작업을 마치고 보장범위를 확대해 4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생보사의 CI(치명적 질병)보험 가입시 의무적으로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가족력’ 유무 사항을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CI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집안 내에 부모나 형제가 암 또는 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중대한 질병을 앓았던 적이 있는 경우 가입이 제한됐다. 생보사들은 가족력을 언더라이팅(보험계약심사)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보험 가입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민원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약관개선 작업을 통해 CI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족력 고지의무’ 사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가입자가 보험사에 ‘기왕증(旣往症)’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어도 보험 가입 후 5년 내에 치료나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보험계약자가 단순히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시각이다. 기왕증이란 지금까지 걸렸던 질병이나 외상(外傷) 등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병력을 말한다. 현재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의사가 진찰할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묻는 것이 관례다. 현행 보험약관에서는 기왕증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또 기왕증을 고지한 후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3~5년간 ‘부담보(不擔保ㆍ이미 발생한 질병 등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거나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로 보장을 받지 못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험약관 개선으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등을 자의적으로 규정해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업계는 간병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치매 상태에 빠졌을 때 가족 등이 보험금 청구를 대신하거나 보험금을 선지급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관 개선도 5월 이후 시행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