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

김진영 이사장 구로도서관서 28일까지
고인돌 강좌 '삶과 사랑 문학으로 만나다'


“그리스 비극을 통해 삶의 본질이 어둠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리스인들은 찬란한 지중해의 태양과 생동하는 바다를 만나면서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놀라운 광경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니체는 그들을 영원히 명랑하고 열정적인 민족이라고 했죠. 현대인들은 그리스인들의 그런 열정을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7일 서울시교육청 구로도서관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김진영(사진) 철학아카데미 이사장의 ‘삶과 철학 문학으로 만나다’ 그 두 번째 강의를 듣기위해 아침부터 시청각실을 가득 메웠다.

고전 문학 작품으로 철학의 이해를 시도하는 김 이사장은 이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면서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괴테는 죽을 때까지 정열적인 인간이었습니다. 그의 열정을 사랑과 연결해 보면 생의 근원적 가동성이 열정인데 사랑이 실패할 리가 없겠죠. 그렇다면 권총자살을 선택한 젊은 청년 베르테르의 사랑은 패배한 사랑일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사랑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그 힘은 나약하다고 믿죠. ‘사랑이 돈을 이기냐?’고 하면서 말이죠.”

사랑은 결코 나약하지 않으며 기필코 승리한다는 게 그의 주장한다.

“작품의 의미를 표면적으로 따져보자면 18세기 불가능한 사랑을 묶어두려는 시대적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베르테르는 도덕과 종교적 금기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고 마는 비극적인 종말의 작품입니다. 그러나 탈의미의 층위에서 보자면 스토리는 달라집니다. 욕망은 곧 자유를 의미하는데 자유는 근본적으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괴테는 베르테르의 자살을 통해 스스로 사회의 법률을 수행한 것입니다.”

고전을 통한 철학하기의 근본은 독서에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목적의 독서’가 아니라 ‘욕망의 독서’를 해야 한다고 권했다. 목적의 독서는 지적 허영이나 시험 등을 위한 읽기의 과정을 의미한다면 욕망의 독서는 스스로 자유와 해방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텍스트와 1대1의 관계에서 연애하듯이 은밀하게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텍스트와 연애하듯이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내밀성과 은밀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저마다 다른 동기로 책을 집어들고 읽어나가다 보면 남들과는 다른 방식의 기호와 아이콘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입한 기호는 가슴(마음)이다.

실연한 베르테르가 약혼자가 있는 로테와 처음 만난 후 권총 자살하기까지의 과정을 가슴의 변화로 풀어나갔다. “이웃마을로 건너간 베르테르는 보리수 나무아래를 거닐며 산책하던 과정은 조용한 가슴의 시간이죠. 우연한 파티에서 로테의 실루엣에 반한 장면은 사랑의 가슴, 그러다 등장한 약혼녀 알베르트는 상처난 아픈 가슴 그리고 우는 가슴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후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방황하는 과정은 표류하는 가슴으로 해석이 되죠.” 베르테르의 죽음을 묘사한 마지막 장면을 두고 김 이사장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로테를 진실로 사랑했던 베르테르는 그녀가 떨면서 건네준 약혼자의 권총으로 로테의 흔적과 추억을 모두 모아둔 자신의 침대 위에 총을 쏴 자신의 분비물(피)을 흥건히 적시는 것은 이른바 초야를 연상시키는 장면입니다.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서 사랑했던 친 오빠의 주검이 있는 동굴에 갇히는 순간 ‘오 돌무덤이여, 나의 신혼방이여’라고 했던 장면과 겹치게 됩니다.”

그는 사랑이란 인간이 세상을 버텨나가는 힘이라고 했다. “우리를 죽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의 힘”이라며 “사랑은 힘이 없다며 절대 얕봐서는 안됩니다. 그 힘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삶과 사랑 문학으로 만나다’는 마담 보바리(플로베르), 연인(뒤라스), 카르멘(메리메) 등의 고전으로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철학적인 관점에서 사랑을 풀어나간다. 강좌는 오는 28일까지 매주 금요일 구로도서관에서 열린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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