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자문시장 '3파전'

율촌, 특허법인 리앤목과 제휴 김앤장·광장에 도전장
"전문가 126명 확보 정면승부"



법률서비스 시장의 대표적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지적재산권(IP) 부문에 대한 국내 로펌들 간의 경쟁이 3파전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이 국내 1위 특허법인인 리앤목과 업무제휴를 체결, 기존 강자인 김앤장과 광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율촌은 특히 국내 로펌들의 미개척 분야인 ‘IP자문’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돼 이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6위 로펌인 율촌은 지난 12일 특허법인 리앤목과 전략적 업무제휴 계약을 맺었다. 이번 제휴는 국내 로펌과 특허법인간 제휴·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다. 리앤목은 특허업계의 김앤장으로 불리는 국내 1위 특허법인으로 110여 명의 변리사를 거느리고 있다. 율촌은 앞서 특허법원 판사 출신의 김철환 변호사와 저작권 전문인 김문희 변호사를 영입해 IP팀의 전력을 보강했다. 율촌과 리앤목은 126명의 IP분야 전문가를 확보함으로써 이 분야 부동의 1ㆍ2위인 김앤장 및 광장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재 김앤장과 광장의 지적재산권 관련 전문가는 약 160여 명과 100여 명 선이다. 전문가들은 율촌이 기업자문팀과 IP팀을 연계, IP 자문분야에 특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분야인 특허출원·소송시장은 이미 성숙기를 지난 반면 지재권 자문시장은 이제 막 성장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특허출원·소송 등에 대한 수임료는 로펌 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묻지마’식 특허출원을 자제하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바이오 특허 전문인 안소영 변리사는 “특허출원·소송 등 전통적인 IP분야는 경기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 등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따라서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자문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형 로펌의 경우 이미 특허출원·소송 보다는 자문 분야의 비중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한국 기업들의 전체 자산 가운데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반면, 체계적인 관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500대 기업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전체 자산 대비 무형자산의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율촌의 공격적 경영에 대해 김앤장과 광장측은 일단 시큰둥한 반응이다. IP 자문분야는 변호사나 변리사 수보다는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인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로펌은 몇 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를 착실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소속의 한 변리사는 “외국 로펌과의 경쟁을 위해 기술분야별 전문 변리사 그룹을 양성하는 등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의 한 관계자도 “김앤장과 광장은 그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IP분야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순한 규모 확대만으로는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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