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계의 판매 실적은 '현대ㆍ기아차만 잘나갔다'는 단문장으로 정리된다. 다른 업체들의 판매가 제자리이거나 감소한 가운데 두 회사만 판매를 늘렸다.
더욱 대단한 것은 내수 판매가 지난해 대비 감소한 가운데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둬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ㆍ기아차의 품질 신뢰도와 디자인 우수성이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뜻한다. 글로벌 불경기로 전통의 자동차 강자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온 독보적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러나 칭찬과 축하는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현대ㆍ기아차가 '주행성능'과 '연료 효율'이라는 본원적인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국내외 제품들의 상품성을 비교해봤을 때 현대ㆍ기아차의 약점은 의외로 쉽게 드러난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엔진 배기량 2,000㏄, 차량 무게 1,560㎏에 공인연비는 리터당 21㎞다. 같은 중형 하이브리드차인 도요타자동차의 '캠리 하이브리드'는 엔진도 2,500㏄로 더 크고 차 무게도 좀 더 나가지만(1,600㎏) 연비는 23.6㎞로 훨씬 우수하다.
디젤차를 비교해보자. BMW '520d'(리터당 19.9㎞)는 2,000㏄급에 차 무게가 1,625㎏인데 1,700㏄ 엔진을 달고 무게도 1,515㎏로 가벼운 현대차 'i40'(리터당 18㎞)보다 연비가 좋다. 심지어 기아차의 1,000㏄급 경차 '레이'의 연비(리터당 13.5㎞)는 닛산의 1,800㏄ 준중형급 박스카 '큐브'(리터당 14.6㎞)보다도 안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말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독일의 BMW 본사를 방문해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이사회 의장과 협력 관계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회사는 이미 차세대 배터리를 공동 개발해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BMW는 소형차용 디젤엔진을 도요타에 공급하고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앞으로 연료전지, 스포츠카, 차량 전동화, 경량화 등 4개 핵심 분야에 대해 추가로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혁신의 대명사인 두 회사의 협력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2차 합종연횡'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진단이 맞다면 세계 자동차 업계는 곧 급격하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의 생존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