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성루에 선 박근혜 대통령, 한·중관계 신기원] <하> 높아진 우리의 외교역량

"中 지렛대로 북핵 해결 모멘텀"… 박근혜 대통령 '주도적 동북아 외교' 시동
한미동맹 부담 크지만 中과 협력도 중요 판단
시진핑 설득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적극 모색
올해 하반기 주요 외교 일정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 데 이어 오는 3일에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주도적 외교'가 시작됐다는 평이다. 두 정상이 지난해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DB

한미동맹 부담 크지만 中과 협력도 중요 판단

시진핑 설득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적극 모색

올해 하반기 주요 외교 일정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방중을 시작으로 임기 후반부 정상외교에 시동을 건다.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추진한 것은 급변하는 동북아 외교지형에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외교역량이 높아졌고 역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중국이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을 초청한 후 국내외에서는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경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정상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동맹국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한국이 방문하는 데 대한 부담도 컸다.

특히 전승절 기념행사 중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이를 참관할 경우 중국의 군사 대국화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반일(反日) 전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곡해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 '주도적 외교'의 길=국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중국에 가야 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고 방중을 결정했다. 이른바 '주도적 외교'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다 이웃 국가로서 중국과의 인적·경제적 교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상당히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거의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정도로 바뀌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눈높이가 비슷해지면서 한중이 협력할 여지가 대폭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 해결의 모멘텀 마련=박 대통령은 2일 중국 도착 직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북핵 6자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베이징을 방문,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동했다.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북한에 중요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진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에 한국과 미국이 공감대를 지니고 있는 만큼 미국에 대해 이번 방중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설득할 논리가 생기게 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극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한반도 문제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 서울 개최 확약도=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의 서울 개최에 대한 확약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5월 이래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담이 재개되면 중단된 삼국 간 협력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동시에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개선할 단초를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에도 그동안 한일 양국에 화해와 협력을 독려해온 미국을 향해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2일 박 대통령이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는 일정도 주목을 받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경제를 담당하는 리 총리와 한중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중일 정상회담의 중국 측 참석자인 리 총리와 정상회담 예비접촉을 하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북아 외교전에서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임기 후반부 정상외교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번 방중 결과를 공유하고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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