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산업연구원 보고서가 나왔다. 해외에서 휘발유를 수입해 국내에 팔면 국내에서 정제해 파는 휘발유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리터당 42원이 싸다는 요지였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7월 기준으로 하면 수입해서 팔 때 리터당 무려 365원이나 싸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을 부풀려서 팔고 있다는 논리였다.
물가 정책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가 이 같은 보고서를 공식 채택했기에 그 무게감은 남달랐다. “다른 공산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도 추가 가격 여지가 있다”며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 감독이 특히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보고서 결론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은 불과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연구원 측은 지난해 7월 수입제품 가격을 적용할 때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하며 365원이 아닌 162원이 싸다고 해명했다. 올 3월 기준치는 똑같았지만 대신 결론이 바뀌었다. 연구원 측은 기자의 취재에 “40원 정도 가격 차이는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가격 차이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애초부터 엉터리였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보고서를 발주한 재정부의 해명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검증 차원에서 발주한 보고서였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고 민감해 하는 휘발유 가격을 분석한 보고서가 별 의미가 없다면 애초부터 유가 관리에 방향도 의지도 없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 모든 해프닝의 근본 원인은 정유사들이 매기는 휘발유 가격을 국민들이 불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현재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배럴당 145달러를 찍었을 때와 리터당 200원 정도의 가격 차이에 불과하다. 정유사들은 과다한 세금과 유통 마진 등 온갖 이유를 댄다. 그 이유가 논리적으로 맞을지는 몰라도 힘없는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정유사들은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