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최근 끝낸 대졸 신입행원 채용에서 지방대 졸업생을 거의 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으로서 지역균형 발전을 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지역 할당제를 2년 만에 폐지한 데 따른 결과다.
지방대 채용 확대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회장 시절 내놓은 정책으로, 정권 교체와 동시에 채용 정책의 변화 중 하나로 지방대생 확대도 무효화한 것이다.
하지만 조직 구조 상 서울 본점 인력이 많은 산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도입 2년도 안된 제도를 없애고, 그것도 지방 균형 발전의 상징적 정책 중 하나는 없앤 것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약 70명 규모의 2014년도 신입행원 선발을 모두 마쳤다. 이번 신입행원 선발은 지난 4월 홍기택 산은지주 겸 산업은행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된 공채였다.
하지만 이번에 선발된 인원 중 지방대 졸업생은 한 자리 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2011년부터 매년 대졸 신입행원 채용에서 50명 안팎의 지방대 졸업생을 선발해 왔는데 올해엔 사실상 전멸한 것이다.
산은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2년 간 지역 할당제를 통해 지방 인재를 채용했지만 올해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면서 “채용 과정에서 약간의 인센티브를 부여 했지만 다른 지원자들과 공정하게 경쟁을 붙였고 그 결과 지방대 졸업생들이 크게 줄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의 이 같은 채용방식 변화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산은이 국책은행으로서 좀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지역 할당제를 도입한 취지도 수도권과 지방 간 취업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강만수 전 회장은 당시“서울 인력을 뽑아 지방에 보내면 사표를 내거나 서울로 복귀할 생각만 한다”면서 “현지 인력을 뽑아 쓰면 대출심사 같은 업무를 다른 지역 출신보다 훨씬 잘 할 수 있고 자연적으로 수신도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할당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다. 지방 인재 채용이 산은의 효율적인 인력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 산은은 2011년 신입대졸 행원 100명 중 50명을, 2012년엔 134명 중 57명을 각각 지방대 졸업생으로 뽑았다.
하지만 홍 회장 취임 이후 첫 지역할당제는 사라졌고 그 결과 지방대 합격자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물론 산은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2,800명에 달하는 인력 중 대부분이 서울본점과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의 고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점의 적정 인력은 400명 수준이지만 최근 2년 간 100명이 넘는 지방대 인원을 뽑으면서 해당 지점들의 인력이 포화상태”라면서 “더 이상 지역 할당제를 유지할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