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히 번창하는 지하경제

정부의 각종 개혁에도 불구하고 지하경제는 여전히 번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태영 경상대 교수와 변용환 한림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159조원에 달해 GDP(국내총생산)의 27.5%에 이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8%이고 미국ㆍ스위스ㆍ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10%이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지하경제는 말 그대로 세금을 비롯한 일체의 제도와 법규 밖에서 움직이는 경제를 말한다. 연간 세금 한푼 안 물고 이뤄지는 거래가 159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율 10%만 적용해도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하경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투명성이 높은 선진국에도 지하경제는 존재한다. 문제는 규모다. 제도권밖에 존재하는 지하경제가 경제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지하경제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개혁조치와 정책적인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실명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개혁이 있었다. 아울러 최근에는 신용카드 사용의 확대 등 관행의 변화에 따라 탈세 등 음성적인 지하경제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경제가 27.5%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생존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논문에서 흥미를 끄는 분석결과 가운데 하나는 지하경제의 규모가 세제와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정부지출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간접세 비중이 높을수록 지하경제도 커진다는 점이다. 흔히 후진적이고 소득역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간접세는 지하경제의 번창에도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간접세의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징세가 쉽다는 이점 때문에 간접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조세형평과 지하경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간접세를 줄이고 직접세로 전환하는 정책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신용카드 사용률을 높이고 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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