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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나오는 이론 중 '파레토(Pareto)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80%는 20%의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내용을 가진 경험적 법칙으로 '2대8법칙'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창한 이 법칙은 재미있게도 개미로부터 유래됐다. 우리는 개미를 근면 성실의 대명사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개미집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식과는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개미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짜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20% 정도였고 나머지 80%는 특별히 열심히 하지 않고 대충 일하고 있다는 게 관찰된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20%의 개미들을 따로 모아놓고 다시 한 번 관찰했더니, 그 안에서도 20%의 개미들만이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어영부영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인간사회에 적용해 보았더니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소득분포의 불평등도를 나타내거나,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창출한다는 경제법칙으로 성립된 것이다. 파레토의 법칙이 노후준비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최근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가입율은 20% 수준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를 접할 때면 파레토 법칙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준비 상황에도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의 20% 정도만 안정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고 나머지 80%는 불안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현대에는 '파레토의 법칙'에 대응되는 '롱테일(long tail)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역(逆) 파레토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이 법칙은 지난 2004년께 미국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은 무한대의 서적을 진열하고 판매하는데, 파레토의 법칙에 따르면 잘 팔리는 20%의 서적이 80%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1년 동안 몇 권 팔리지 않는 80%의 서적이 잘 팔리는 20% 서적 매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현상을 바로 롱테일의 법칙이라고 정의했다. 이 법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시대가 새롭게 만들어 낸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80%에 해당하는 다수가 더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와 같이 주요 정보를 소수계층들만이 독점하고 있던 시절에는 결과가 파레토의 법칙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요즘처럼 정보화 시대에는 누구나 관심과 노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롱테일의 법칙이 더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사적연금을 활용한 노후준비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제고에 따라 연금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국가 차원에서도 국민의 노후준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노후준비가 막연하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100세시대 변화에 눈을 떠 성공적인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