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판) [박스] 젊은 신진과학자에 '대통령 장학금' 준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19일 대통령 장학금제 도입과 여성과학자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 도입을 건의한 것은 창의성 높은 20~30대 신진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만 우리나라도 노벨과학상 수상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과학기술 분야, 특히 노벨과학상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변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G20 회원국 가운데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멕시코,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 6개 나라에 불과하다. 노벨과학상 수상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지만 과학기술력을 통한 국격 향상과 과학기술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보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자문회의는 이를 위해 20~30대 신진과학자에 대한 대통령 장학금제(프레지덴셜 펠로십)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신진과학자들에게 일정기간(5년) 일자리와 연구비를 지원함으로써 젊은 연구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인문사회 분야와 달리 수학ㆍ과학 분야는 창의적 성과가 생애초기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6명 중 4명의 연구성과는 이미 20~30대에 발표된 것이다. 게다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올해 나이가 36세에 불과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400억원이던 신진연구자 지원 예산을 올해 620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기초연구의 중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연간 개인별 지원 규모가 미국의 6분의 1,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성환 교과부 기초연구과장은“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젊은 과학자들이 귀국하지 않는 것은 국내에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대학과 협의를 통해 이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구체적인 지원 금액과 선발 인원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선발 규모는 약 100명 정도로 예상된다. 자문회의는 또 20~30대 젊은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 도입도 건의했다. 여성 과학자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안정된 신분을 바탕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1980~90년대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4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이후 5명이 수상했을 정도로 여성 과학자의 수상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길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이화여대 교수)은 “젊은 여성과학자들이 출산 후 육아 때문에 파트타임을 원하지만 일자리가 제한돼 연구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파트타임으로 고용하면 다양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이나 연구소들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회의가 대학ㆍ출연연구기관 간 인력 및 연구교류 활성화를 제안한 것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인적 교류와 연구성과의 공유를 통한 개방형 혁신이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에 있지만 국내 대학과 출연연은 높은 칸막이 때문에 이 같은 인력ㆍ연구교류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9월 대학과 출연연에서 겸직을 금지한 조항을 폐지하고, 타 기관 연구참여율 20% 제한 등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박경수 교과부 연구기관지원과장은 “대학과 출연연, 기업 간의 인력ㆍ연구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출연연 연구원의 정년 연장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대학 교수를 선호하는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