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신저] 중국기업 유치한다면서 비자발급에 열흘이라니…

준비서류도 많아 애로… EU는 48시간내 가능

최근 한국을 방문한 중국계 코스닥 상장사 A대표는 비자 발급이 늦어져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통상 일주일 정도 걸리던 비자 발급이 열흘 넘게 걸리면서 한국에서 만나기로 했던 증권사 사장과의 면담, 언론과의 인터뷰 일정 등을 전부 조정해야 했다. 비자 발급에만 애를 먹은 게 아니다. 현지 영사관은 A대표에게 비자 발급에 필요하다며 신분증명서, 세금납부증명서, 부동산 관련 증명서는 물론 결혼증명서와 출생신고서까지 요구했다.

A대표는 답답한 마음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 수년이 지난 기업의 대표이사 신분확인 절차로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영국은 24시간, 유럽연합(EU)은 48시간이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이 관광을 위해 한국 비자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국인이 중국 비자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교해봐도 긴 게 사실이다. 실제 한국인은 급행으로 하면 1박2일, 일반으로 하면 4박5일 정도면 중국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정부 당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대표라고 해서 비자 발급에 특별 우대를 해주고 있지 않다"며 "현지 영사관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있다면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사업상의 이유로 급하게 한국을 방문할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번거로운 입국절차를 다 거쳐야 한다면 사업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거래소들이 중국 기업을 자국 증시에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도 전혀 도움될 게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클수록 자사 주식이 상장된 국가를 방문해 주주들을 자주 만나려 할 것"이라며 "입국절차가 편할수록 주주들과 더욱 열심히 소통하려고 할 것이고, 해외 기업을 국내 증시로 유치하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량한 중국 기업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중국인들과 중국 기업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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