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품고 문을 열어 길을 얹다.’ 북악산ㆍ남산ㆍ인왕산ㆍ낙산에 둘러싸인 서울. 여기에 도읍을 세운 조선 왕조는 동서남북에 사대문을 세우고 길을 닦았다. 50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덧 성문과 성곽은 파괴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거둬졌다. 개발 지상주의의 급격한 산업화가 만든 풍경이다. 살림살이에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서울의 옛 모습 찾기에 나섰다. 청계천에는 물이 흐르고, 광화문은 제자리로 돌아가 위엄을 되찾을 예정이다. 지난 달 취임한 임이조 서울시 무용단장이 이런 서울의 600년 변화상을 춤으로 담아낸 ‘서벌’을 선보인다. 네 명의 무용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서울의 변화상을 4개의 다른 장에 맞춰 몸짓으로 표현할 예정. 산이 형성되는 모습을 상징화한 1장, 한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표현한 2장, 급격한 도시화로 파괴되는 수도를 묘사한 3장, 제 모습을 회복하는 서울을 담아낸 4장 등 각각의 다른 이미지를 무용수들은 다양한 색감과 동선으로 구성지게 그려낸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전통 무용의 대가 이매방 선생의 제자로 승무와 살풀이춤을 이수한 임 단장이 현대 무용 기법을 도입한 것.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발을 들어 높이 뛰거나 몸을 구르는 등 한국춤에서 보기 어려운 동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임 단장은 “임이조 팬들에게 욕 먹을 각오를 할 정도로 현대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7~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