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눈이야기] 충혈 부르는 ‘군날개’

며칠 전 중년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그는 “눈이 자주 충혈돼 주위 사람들이 눈병 걸린 거 아니냐고 오해할 때도 많고 상대방과 마주보면서 대화할 때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환자는 안과에서 진찰을 받아봤지만 수술하면 깨끗해진다는 속 시원한 얘기를 해주는 곳도 없었고 수술을 해도 재발할 수 있다는 설명 때문에 수술 받기가 겁 난다고 불안해 했다. 진찰해보니 흰자위에 쌀 알맹이 만한 크기로 볼록하게 돋아있는 살이 자라있었다. 흰자위 중에서도 코쪽 부위에 충혈된 살이 검은자로 덮여 들어가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군날개`라고 하는데 `익상편`이라고도 한다. 원인은 확실치 않으나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많기 때문에 자외선, 바람과 먼지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야외에서 바람을 쐬고 나서 충혈이 될 수 있고 목욕 후 혹은 샴푸, 세수비누, 화장 등으로 인해 눈이 자극되거나, 피곤해 잠을 설치는 경우, 건조한 실내에서 작업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충혈이 된다. 심하면 난시가 생기므로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군날개가 점점 자라서 각막 중심부까지 침범하면 시력이 떨어진다. 미관상 보기가 안 좋아서 시력에 영향을 줄 위험이 있으면 수술로 제거한다. 수술환자의 약 30%의 높은 재발율이 있기 때문에 수술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발이 두렵다고 너무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수술 후에도 검은 동자에 하얀 혼탁 자국이 남고 난시가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충혈 등 미용상 문제 때문에 조기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비록 재발한다 하더라도, 또 재수술을 해도 눈 자체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재발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재발한 경우에는 환자들의 마음이 불안하고 혹시 수술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또 덜 걷어냄으로써 재발이 되지않았나 하는 의구심으로 의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아주 심하지 않으면 선뜻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가끔 이것을 백내장으로 오인해 백내장 수술을 하면 이것이 제거되는 줄 착각하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 수술 후 검은 동자를 덮고 있는 충혈된 조직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따지는 경우가 있는데 백내장과 군날개는 각각 다른 질병이다. <박영순ㆍ윤호병원안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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