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방부 출신의 토지브로커가 반납하지 않은 출입증을 활용, 유휴화된 징발토지 정보를 무단으로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8일 군사시설 이전 및 군용지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냈다고 밝혔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을 담당했던 A씨는 지난 2010년 1월 퇴직했지만, 1년 반동안 국방부 공무원증과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출입증을 활용, 퇴직전 사무실을 종종 드나들며 친분이 있던 현직직원 2명의 온나라시스템 계정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이를 통해 징발토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으며 공무원을 사칭, 원소유자의 주민등록등본 을 발급받아 부동산업체에 제공했다.
부동산업체는 이 정보를 활용해 징발토지의 원소유주를 파악한 뒤 수의매수권을 넘겨받고 해당 토지를 국방부로부터 8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소유자가 해당 토지를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한이 있지만 부동산 개발업체가 정보를 미리 입수, 원소유자로부터 매수권을 사들인 것이다. 부동산업체는 해당 토지 개발로 투자금의 수배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군사용으로 징발했던 토지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경우 이를 원소유자에게 수의매각 해야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잘 알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보안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국방부의 출입증 관리 허술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감사원 조사결과 최근 4년간 국방부에서 군사시설 및 군용지 관리업무를 수행했던 퇴직자 96명 중 25명의 공무원증 및 출입증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거나 1년이 지나야 회수됐다.
특히 A씨는 뇌물죄와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검찰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지난 2010년 해임됐지만, 국방부는 1년 반이 지나서야 A씨의 공무원증과 출입증을 회수해 문제를 키웠다. A씨의 예전 동료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온나라시스템 계정을 알려준 A씨 동료 2명은 ‘A씨에게 단순 선의로 알려줬는데 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군 내부의 보안의식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외에도 국방부가 기획재정부에 넘겨야 할 여의도 면적 3배에 해당하는 906만㎡ 규모의 군유휴지를 10년 이상 인계하지 않은 사례도 감사결과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방부가 군사용으로 활용하고자 민간에서 징집한 이른바 징발토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유휴화된 징발토지가 시세차익을 노린 토지브로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