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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무상급식·보육·기초연금 시행 등 현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예산만도 어림잡아 15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지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내년 기초연금 시행을 위해서는 모두 10조3,3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76.9%는 중앙정부가, 23.1%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담한다. 만 3~5세 무상보육에는 3조9,284억원의 교육청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무상급식에 역시 지자체와 교육청의 돈 2조원 이상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복지정책이 필요로 하는 예산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845억원 수준이던 무상급식 예산은 올해 2조6,239억원으로 폭증했고 오는 2030년께는 4조5,984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기초연금 쪽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기초연금 재정이 2020년 17조3,000억원, 2030년 49조3,000억원, 2040년 100조원, 2050년 159조9,000억원, 2060년 228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의료급여를 포함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역시 악화일로다. 의료급여 지출은 2011년 5조원을 넘어 매년 5조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거의 모든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이 그러하듯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은 물론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건강보험 재정적자 규모는 2020년 6조3,000억원에서 2030년 28조원, 2040년 64조5,000억원, 2050년 102조1,700억원에 이어 2060년에는 1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과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공약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은 올 3월 6·4 지방선거 중앙당 선거공약으로 '2030 전업주부 무료 건강검진'을 내놓았다. 골자는 20~30대 전업주부가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국가건강검진 대상에 이들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건강보험 직장·지역가입자와 40세가 넘는 피부양자 등이 국가건강검진 대상이다. 하지만 이 공약의 시행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요되는 재정이 가장 큰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20~30대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려면 재정이 필요한데 돈은 결국 국고 또는 건보 재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건보 재정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하자면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험료 납부자들의 저항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조심스럽게 20~30대 전업주부의 무료 건강검진을 검토하면서도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시행 가능 시점은 2016년 이후라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복지 디폴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공약의 남발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페이고(Pay-Go)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 원칙이 지켜지면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정책과 공약은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게 된다. 페이고 도입의 필요성은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페이고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최 경제부총리는 7월 청문회에서도 "페이고 준칙은 복지지출 억제가 아닌 복지지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복지 디폴트를 막기 위해서는 정책의 지원 타깃을 선별해내는 역량 강화도 필수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정책의 혜택을 못 받는 계층이 없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정이 그 혜택을 꼭 필요로 하지 않는 계층에게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무분별한 복지지출 확대를 막으려면 일부 저소득층의 모럴해저드 문제도 조심스럽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