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동대문시장을 찾았다. 밤색 반코트에 티셔츠를 받쳐 입은 이 대통령은 "설 대목인데 경기가 좀 괜찮아요?" "경기가 어때요?"라며 상인들에게 친근감을 나타냈고 노점에서 함께 꿀차를 마시며 담소도 나눴다. 이 대통령은 동대문시장과 인연이 각별하다. 2007년 11월27일 자정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곳이고, 서울시장 시절 때인 2003년 9월에는 청계천 복원 공사를 반대하던 상인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집권 4년차 출발(2월25일)을 눈앞에 두고 동대문시장을 찾았나 싶었다. 다시 동대문시장에서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초심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이 대통령의 행보에서는 CEO 대통령의 초심이 보인다. 이 대통령은 24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서 연구개발(R&D)센터의 서울ㆍ수도권 건설 허용을 포함한 파격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투자확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이상을 굳건히 유지하는 것도 '성공한 대통령'의 가능성과 기대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하는 국민들도 있다. 남북문제와 중국과의 관계, 국민과의 소통부재, 복지정책의 후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갈등 문제, 잦은 말 바꾸기로 인한 신뢰의 상실 등을 문제로 꼽는다.
이 대통령에겐 억울한 지적일 수도 있다. 남북문제는 북한의 도발 때문이고 한ㆍ중 관계도 '전면적 협력 동반자'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됐으며 미소금융ㆍ보금자리주택 정책 등 친서민정책도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모델'로 꼽히는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와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되돌아 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하층노동자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지낸 룰라는 대통령 취임 뒤 친기업정책을 확대하고 우파 인사를 부통령으로 영입하는 등 우파정책을 강화하면서 진보진영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혔으나 퇴임때 지지율이 82%를 기록했다. 또한 부유한 기업가 집안 출신인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유층의 세금을 대폭 올려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었지만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에서 전무후무한 4선(選) 대통령이 됐다.
시대적 소명과 국민의 이익을 제대로 읽고 이를 위해서라면 친구도 버릴 줄 알았던 지도자, 그런 지도자가 국가의 큰 통합을 이뤘고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떠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