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무산된 직후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으며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긴급대책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청와대는 회담 무산이 북한 측의 통보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남북 대화의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회담 파견) 보류라고 말한 것은 그쪽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담은 상호 존중, 신뢰가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장관 대 장관이 만나 합의한 부분에 대해 서로 신뢰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격(格)을 다르게 해 합의한 내용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다만 통일부에서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뒤 가진 브리핑을 통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고 (북한이) 성의를 가지고 책임 있게 호응해오기 바란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볼 때 남북 대화 재개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역시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통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대응 등을 놓고서는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여당은 회담 무산에 대한 북한의 책임론을 강도 높게 제기한 반면 야당은 회담 정상화를 위한 양측의 공통된 노력을 강조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담 무산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랜만에 대화의 물꼬가 트여 기대가 높았던 상황에서 회담 성사를 눈앞에 두고 무산된 데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의 무성의한 자세로 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련의 상황을 볼 때 북한이 과연 대화를 향한 의지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스스로를 위해 북한은 한시라도 빨리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담 무산 이유가 북한에 있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회담 성사를 위한 양측의 유연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궁즉변, 변즉통이라고 한다.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뜻"이라며 "남북 양측 모두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속한 회담 정상화를 위한 남북 양 당사자의 진지한 노력을 기대하며 민주당도 초당적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