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터키 공장 재추진

정몽구 회장 지시로 7년만에
연산 20만대 규모 모듈 공장
"글로벌 시장 확대" MK의 결단


현대모비스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터키에 자동차모듈 공장을 세운다. 지난 2005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현대차 터키공장 증설 지시로 현대모비스가 터키 자동차 모듈 공장 준공일정까지 발표했다가 그 계획을 철회한 지 7년 만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터키 이즈미트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 인근에 부지를 확보, 오는 2013년 말 완공을 목표로 연산 20만대 규모의 자동차모듈 공장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차 터키공장 증산 결정과 맞물려 최근 터키에 자동차모듈 공장을 착공했다"며 "현재 연산 10만대 규모인 현대차 터키공장의 연간 생산량이 20만대로 늘어날 시점에 맞춰 자동차모듈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대모비스는 전세계서 8개국 17개의 해외 생산공장을 갖게 된다.

자동차모듈은 차의 전면부ㆍ운전좌석부ㆍ하단 등에 들어가는 부품 덩어리로 현대모비스가 2000년대 초반 개념을 도입했다. 완성차 조립시 일차적으로 조립한 부품 세트를 끼워 차를 만들면 생산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그만큼 모듈 회사와 완성차 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생산공장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2002년부터 현대모비스와 동반진출 방식을 택해왔다.

터키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동반 진출하지 않았던 것은 현대차 터키공장이 운영되기 시작한 1997년에는 자동차모듈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또 현재 현대차 터키 생산공장의 연간 생산규모가 10만대에 불과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도 현대모비스의 터키 진출을 가로막아온 걸림돌이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연산 30만대 이상 규모의 현대차 해외 생산공장에만 자동차모듈 생산 시설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우리가 2000년대 초반 모듈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는데 현대차의 터키 진출은 그 이전이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동반 진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터키 모듈공장 건설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재정위기로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세계 각지에서 승승장구하고 현대차그룹 역시 최근에는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던 터라 증산 및 모듈공장 설립이 더 주목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터키 모듈공장 신설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사업기회도 엿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아시아의 끝이자 유럽의 시작인데다 중동과도 맞닿아 있는 지정학적 이점을 갖춘 지역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모비스가 터키공장을 짓고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터키 현대차 생산공장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이에 현대차는 자동차 생산물량을 3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고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모듈공장을 그해 11월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기업설명회(IR) 행사에서 발표했었다. 하지만 현대차 터키공장의 생산량 확대가 지연되면서 현대모비스는 공장 신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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