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읽어야 소비자 잡는다

미래의 소비자들- 마틴 레이먼드 지음, 에코비즈 펴냄
"소비자는 바퀘벌레" 갈수록 강력한 마케팅 필요
다양한 전문용어들 통해 소비자 취향·흐름 소개


“소비자는 바퀴벌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옴니콤 그룹의 중역인 데이비드 루버스는 소비자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신이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약을 뿌린다면 얼마 후 소비자들은 그 약에 내성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영악한 살충제 회사들은 더욱 강한 바퀴벌레 약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엄청난 돈을 들여 광고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웬만해선 꿈쩍하지 않는다. 단단한 껍질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그저 영악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소비자 단체를 결성해 실력 행사를 하기도 하고 이른바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민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구미를 끌어당기려는 장사꾼의 머리는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 도대체 끊임없이 변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마법의 기술은 없는 것일까. 브랜드ㆍ마케팅 분야의 전문가인 마틴 레이먼드는 기업인들의 이 같은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 미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용어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준다. 책에 등장하는 각종 트렌드와 이를 설명하는 다양한 용어들은 그야말로 방금 구워 내놓은 따끈따끈한 쿠키와 같다. 발행부수가 극히 적은 잡지는 ‘마이크로진’이라고 한다. 자기가 부자라는 사실을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사람은 ‘스텔스 웰스’다. ‘나이런(NyLon)’은 뉴욕과 런던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란다. 호텔 방들을 빌려 호텔 복도에서 벌이는 파티는 ‘복도 파티’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게 사는 사람들은 ‘레인보 유스’라고 한다. 유럽에서 최고급 브랜드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싹쓸이 하는 사람은 젊은 층이 아니라 바로 돈 많은 이들 젊은(?) 노인이다. 이 같은 용어들은 잡학 박사들의 시사 상식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목록이 아니다. 미래의 소비자들의 취향과 흐름을 읽게 하는 단서다. 이 같은 단어에 이미 친숙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용어들은 트렌드 전문가들에게 조차도 생소한 것이다. 부유한 계층들의 배타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게이티드 럭셔리(gated luxury)’, 여성의 성공을 질투하며 반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가꾸는데 열정을 쏟는 남성을 가리키는 ‘아도니스맨(Adonis Men)’, 집단 내 모든 부분으로 새 트렌드를 전파하는 ‘트렌드 웜홀(trend wormhole)’ 등과 같은 낯선 용어들이 책장 속에서 속사포처럼 튀어 나온다. 때로 저자는 ‘통섭’, ‘티핑 포인트’, ‘밈’ 같은 전문 용어들을 통해 독자들의 지적 소양을 시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를 알고 있지 못하다고 당혹해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책의 의도가 생소한 미래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 초점 맞춰진 이상 이 모든 용어들은 다 이해하는 것은 과욕이다. 책은 요즘 경영ㆍ처세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책처럼 가볍게 읽을 만한 그런 부류가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 쪽 한 쪽 곱씹으며 읽어도 끝장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미래의 트렌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친절을 베풀지도 않는다. 로고나 이름을 가려도 그 브랜드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촉각 브랜드’가 미래 브랜드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힌트 정도만 남기고 있다. 미래의 트렌드를 쥐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선물인 동시에 힘든 도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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