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 <2부-하> 중기간 협업, 새 대안으로

기술·경영정보 교류 "경쟁력 업그레이드"
개별기업 장점 살려 설계·제작·마케팅등 분담
선진국선 보험제도등 협업체계 이미 자리잡아


부산 지역에 업종이 다른 13개 중소 제조업체가 모여 탄생한 ‘제노’는 최근 컴퓨터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신하는 터치패널을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컴퓨터 화면의 심볼을 직접 접촉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획기적인 입력 장치로 해외 바이어들의 계약의뢰가 쇄도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단순히 친목모임으로 만났던 최고경영자(CEO) 13명이 개별 기업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 개발을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공동개발을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 개발에 각자의 기술과 자금을 투입, 15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용 광학식 터치패널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양산체계가 구축되면 곧바로 이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에 나가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의 김정상 대표는 “1년6개월 동안 설계 및 제작, 마케팅 등 각자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업무를 분담하는 노력을 해온 결실”이라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체 간 협업이 확산되고 있다. 업종이 다른 중소 제조업체들이 서로 손잡고 신제품 및 신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이업종 교류가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중소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 보완적인 중기 간 협업은 대세=중소기업을 둘러싼 급변하는 국내외 경쟁환경은 개별 중소기업 자체 역량만으로 난관을 대처하기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자본과 기술ㆍ마케팅 등 모든 측면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까닭에서다. 이에 따라 예산과 인력 등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공유,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연계한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한 대응이 그 어느 시기보다 요구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기업 간 협력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비중은 60%로 절반 이상의 중소업체가 협업 이전 단계인 상호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중소 제조업체 간 협업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개별 중소기업보다 중소기업 간 협업체를 지원 단위로 하는 정책 도입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올해 1월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협업 사업 지원 근거를 마련,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을 협업사업 전담기관으로 지정해 중소기업 간 협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윤영호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전략사업팀장은 “일본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전문성과 보완성을 연계한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단체 수의계약 및 고유업종 폐지 등으로 무한경쟁에 노출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과 경영정보 등의 노하우를 상호 교류하며 협업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이미 중기 간 협업 체계 구축=국내 중소기업 간 이업종 교류가 최근 들어 활성화 되는 데 반해 선진국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중소 제조업체 간 협업 체계를 구축, 이를 기반으로 국가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어려워진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안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이업종 간 교류를 통한 공동 협력으로 지식집약화를 추진했다. 2005년에는 신제휴지원법을 별도 제정, 서로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2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핵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해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4년 5억엔에 불과했던 지원자금을 2005년에 46억엔으로 크게 확대했다. 미국도 1990년대 공동연구개발법 및 공동생산법을 개정, 자국 중소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 및 생산을 촉진했다. 특히 전자산업 내 협업을 대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EU는 제3국 중소기업들과 EU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영국은 자국 중소기업과 미국 중소기업 간 협업 관계 구축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상연 한국중소기업이업종교류연합회 회장은 “일본은 중소기업의 금융지원 평가항목으로 협업 여부를 고려할 만큼 중소기업 간 협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협업 리스크 보험제도 및 성과공유제 도입 등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현실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경쟁력 강화하는 국제 협업 활성화 유도=선진국의 중소기업 간 협업 체계는 국내 내수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협업 지원 정책과 다르다. 이들 선진국은 대기업의 글로벌 소싱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기능을 연계한 협업을 통해 신제품 개발 및 판로 개척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이 협업 단계의 성숙도에 따라 차별적 지원을 실시하고 지역 클러스터 주체들이 협업의 시장성을 인정할 경우에만 적극적인 융자지원을 하는 것은 국제 협업까지 염두한 맥락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간 협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글로벌 발주 수요를 겨냥한 협업체의 결성과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섭 중기청 기업협력팀장은 “국가경쟁력의 기준이 기업 간 경쟁에서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변화되면서 국가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 간 협업 체계가 얼마나 공고히 구축돼 있는지가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며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지원조직을 네트워크로 연계한 중소기업 협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협업 활성화를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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