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글로벌 자금ㆍ경영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글로벌 불황으로 인한 해외 협력업체의 파산 등에 따른 경영차질을 방지하고 미수 채권 급증과 각국의 환경ㆍ법률 규제 강화 등 급변하는 해외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5일 전세계 사업장의 경영 리스크를 통합해 관리하는 '전사통합 리스크 관리체계(ERMㆍEnterprise Risk Management)'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ERM은 해외법인 등 각 사업장에서 발생 가능한 경영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리스크 발생시 기수립된 매뉴얼에 맞춰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세스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선진기업들도 도입, 운영 중이며 국제신용평가회사의 기업 평가시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해외법인 등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사례를 수집ㆍ평가해 정상ㆍ주의ㆍ위험 등 3개 등급으로 나눈 뒤 문제가 발생하면 '전사관리부서'에서 이를 총괄해 문제를 수습하는 프로세스다. 리스크는 전략, 재무, 운영, 법률ㆍ규제, 사건ㆍ사고 등 5개 영역으로 나뉜다. LG전자는 현재 국내 및 전세계에서 80여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윤부현 LG전자 상무는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의 경제환경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있다"며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 도입으로 리스크를 예측, 관리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경영 리스크 관리 외에 글로벌 자금 관리를 위해 전세계 해외법인을 통합한 글로벌 차원의 자금관리망인 '사내은행망'도 구축했다. 사내은행은 글로벌 금융센터의 일종으로 본사에서 전세계 법인의 자금 입출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특정 지역의 자금 조달과 운영 등 자금관리 현황을 다른 해외법인에서도 확인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ERM 시스템 구축으로 글로벌 자금뿐 아니라 경영 리스크망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도 최근 사내 결제시스템을 전체 해외법인으로 확대, 글로벌 자금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해외법인의 채권ㆍ채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본사와 법인 간의 환관리 등 자금 리스크 관리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헝가리 법인에서 유동성 문제 징후가 보이면 이 시스템으로 파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금 관리망 외에 삼성전자는 경영 리스크 관리 시스템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수출을 이끄는 두 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수채권 급증, 동구권 금융위기 등 해외발 리스크를 사전에 감시, 조기에 대응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 현지법인이나 협력업체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쪽에서만 대응하면 됐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해외의 문제가 국내 본사로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