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전 사장, 임기 3일남기고 사의왜?

주주 소송 등 자존심 상처
후임에 김중겸씨 내정따라
연임도 사실상 물건너가
일부선 '정치적 항변' 해석


김쌍수(사진) 한국전력 사장이 임기를 불과 3일 남기고 청와대와 지식경제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최근 주주 소송 등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김 사장의 '정치적 항변'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지경부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아직 신임 사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김 사장은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관상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서둘러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정부와 전력업계에서는 사의 배경으로 최근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에 대한 후보 검증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연임이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무배당과 주가 하락을 못 견딘 소액주주 14명으로부터 낮은 전기요금에 따른 회사 손실을 배상하라며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소송까지 당하자 상당히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상대의 소송이라 김 사장은 당장 수억원 규모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내야 할 처지가 됐다. 재임기간 내내 전기요금 현실화와 연료비연동제 등을 주장했지만 정부가 물가 등을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불만을 사의 표명으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취임 후 내부적으로는 경영혁신을, 대외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쾌거 등을 이끌며 민간인 출신 CEO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LG 출신의 이윤호 주러시아 대사가 지경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지경부 관료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에는 한전과 4개 발전 자회사들이 김 사장 부임 후 소모성자재(MRO) 구매처를 중소기업에서 LG서브원으로 바꾼 것이 알려지면서 연임 불가론이 제기됐다. 김 사장의 느닷없는 사임으로 청와대와 정부는 느긋하게 추진하던 후임 사장 인선 절차를 다급하게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건설업계와 현대ㆍ기아차그룹, 지경부 등에서 각종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중겸 전 사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끝내고 차기 한전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당초 다음달 7일 개최 예정이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다음주 초 열어 김중겸 전 사장을 한전 사장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한편 김 사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집무기간 3년 동안의 소회와 사의 표명 배경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데 이어 오는 29일 퇴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김 사장은 LG전자 고문으로 자리를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전은 후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약 3주간의 공백기간에 김우겸 부사장 직무대행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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