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도 제 강의 듣고 혁신하죠"

삼성에버랜드 입사 6년차 '6 시그마' 전문가 현주 주임


“혁신(革新)이란 스스로를 깨는 작업입니다. 관행처럼 해왔던 일들에 깊은 회의를 던져보고 새 방법을 찾아내는 겁니다. 살(革)을 벗기는(新) 것 같은 아픔이 동반될 수 있지만 그걸 감내해내는 순간 새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에버랜드 본사 대강의실. 40~50대의 팀장과 임원급 30여명이 한 20대 여직원의 ‘식스 시그마’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야무진 표정의 이 여직원이 에버랜드에서 ‘식스 시그마 여(女) 전도사’란 닉네임으로 통하는 현주(29ㆍ사진) 주임이다. 경영지원실 경영혁신팀 소속의 입사 6년차인 그녀의 손을 거쳐간 임직원만 1,000여명. 전체 임직원 3,800명중 4분 1에 달한다. 지금이야 베테랑소리를 듣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했다. “10년 혹은 20년씩 현업에서 노하우와 지식을 쌓아온 전문가들을 ‘혁신해야 된다’고 설득해내기 위해서는 내가 더 잘아야 됐어요. 결국 2002년 대졸 공채로 입사한 뒤 첫 3년간 야근을 밥 먹듯해야 됐죠.” 대학에서 경영과 거리가 있던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던 점도 적응에 장벽이 됐다. “대개 혁신담당자는 고참 과장 혹은 차장급들이 많은데 신입사원이, 그것도 이공계생이 맡았다는 것부터 이례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결국 죽도록 공부한 기억밖에 없어요.” 6시그마는 80년대말 미국 모토롤라에서 품질혁신운동으로 시작된 뒤 GE, 소니 등 세계초우량 제조기업들이 채택하면서 확산됐고, 국내에서는 삼성그룹, LG그룹 등이 도입한 경영혁신기법. 불량률을 제품 100만개당 3.4개로 줄이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제조업에서 시작됐지만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2000년 국내서비스업계 최초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초작업 단계부터 현주임이 함께 했던 셈이다. 그녀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일은 새 식스 시그마 교재 제작 작업. “식스 시그마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지적이 많아 풀어쓰고, 가려내서 알맹이만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새 온라인 교재를 만들어왔죠. 3월 중순이면 오픈돼 가동에 들어갑니다.” 혁신이 뭐냐는 질문을 넣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보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에 많은 내용이 녹아있다고 답한다.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 그 막막함에서 벗어나고자 한 열정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과 같다고 봐요. 안주하는 순간 경쟁력은 곧 바닥을 드러나는 거죠.” 그녀는 가장 보람있던 기억으로 남을 변하게 한 촉매제라는 평가를 들을 때라고 했다. “‘식스 시그마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참 많이 들었죠. 지금요?.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이메일로 넘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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