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4월 28일] 스트레스 테스트

이우철(생명보험협회 회장)

일본의 유명한 카메라 제조업체인 니콘이 세계적인 메이커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950년에 있었던 한국전쟁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언론사 보도 카메라맨들은 독일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런데 혹한의 한반도 북부 전쟁 실태를 취재하던 외국 종군기자들 사이에서 독일제 카메라는 자주 트러블을 일으킨 반면 니콘 카메라는 아무런 고장 없이 전쟁터 취재가 가능했던 것이다. 악조건에서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빛을 발한 것이다. 제품이 가혹한 조건을 견뎌내는 내구성은 그 상품과 기업의 신뢰에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은 제품을 개발할 때 이러한 가혹한 조건을 설정하고 테스트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신차를 개발할 때 북유럽이나 극지의 혹한 지역, 또는 뜨거운 열기와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의 환경에서 주행 테스트를 거친다. 또 엔진을 쉬지 않고 몇 달 동안 계속 가동시킴으로써 엔진이 피로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도 평가한다. 신차가 극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최근 언론의 경제관련 기사에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어떤 대상에 가상으로 충격을 주고 나타나는 반응을 살펴보는 행위를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 신차의 주행 테스트도 넓은 의미에서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기업들이 현재의 재무구조에서 경기상황의 변화나 충격에 비추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금융기관이 시장여건이 악화되더라도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그 결과에 따라 해당 금융기업의 신뢰도와 투자가치ㆍ경영방향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고 정확하게 행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의사는 자격과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환자와 충분히 상담하고 환자의 건강상태ㆍ생활환경ㆍ직업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 다음 처방해야 하는 것과 같다. 만일 충분한 경험과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진단을 하다가는 병을 악화시키거나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둔갑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의 국제신용평가사에서 한국의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를 발표해 해당 금융기관들이 반발하는 등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무리 유익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상황이나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서는 심각한 재난이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금융기업에 스트레스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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