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또는 투기세력에 경영권 위협이 점차 노골화되면서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매입하는 등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SKㆍ대한해운ㆍ현대상선ㆍ사조산업ㆍSTX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이 부쩍 늘고 있다.
보유하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사주를 계열사나 관계사ㆍ채권단 등에 매각, 우호지분으로 확보해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백기사 찾습니다’=최근 골라LNG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던 대한해운은 이달 13일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8일 자사주 75만5,870주를 대우조선해양에 매각했다. 지난해 말에는 SK가 3월 주총을 앞두고 하나은행 등 채권단에 백기사를 요청하면서 자사주 10.4%를 매각하기도 했다.
또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현대상선은 자사주 12%를 홍콩계 펀드인 허치슨왐포아에 넘겨 우호세력의 폭을 넓혔고 STX의 강덕수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엔토스정보기술과 텔콤 등 협력업체에 자사주 13.4%를 팔았다.
계열사들로 하여금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지분을 확대하기도 한다. 지난달 17일 삼성SDI가 삼성물산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700억원을 들여 141만여주를 사주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주주우선 정책…공격이 방어’=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고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경영을 강화해 경영권 위협을 원천적으로 저지하는 정책을 펴는 기업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조단위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해 외국인들에게 차익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SK는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600%가 넘는 배당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넘기는 것은 긴급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방어책”이라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은 경영권 위협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인 M&A방어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