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23일 변경 의결한 올해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은 국내 외환시장 안정과 자금난에 허덕이는 국내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 기금 투자수익률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날 의결된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올해 말 금융자산 투자비중(목표)은 해외주식이 6.8%에서 3.6%±1.5%로, 해외채권이 6.9%에서 4.1%±1.5%로 낮아진다. 반면 국내채권 투자비중은 66.4%에서 72.4%±6.5%로 높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 채권에 대한 목표비중을 66.4%에서 72.4%로 6%포인트 높인 것이다. 최대 허용범위(+6.5%)까지 감안하면 78.9%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올해 말 기금 규모(추정치)가 약 25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채권 투자비중이 6%포인트 증가하면 투자액은 15조원가량 늘어난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 시장에서는 ▦해외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선택 ▦국내 은행채가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닌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쓰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늘어나는 국내 채권투자의 상당 부분은 최근 국채에 비해 수익률(신용위험 스프레드)이 3%포인트 이상 높아진 은행채와 일부 우량 회사채 매입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과의 통화스와프 해지로 들어오게 되는 8조원만으로도 당장의 은행채 소화에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그 외 채권 만기상환으로 들어오는 자금이나 신규 전입되는 연금적립금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금운용위는 반면 해외주식은 해외 금융시장과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외화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해외채권은 한국은행 등이 국민연금과 이미 체결된 통화스와프 해지를 요청함에 따라 목표비중을 낮췄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조기 해지 요청으로 77억1,000만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해지했고, 앞으로 63억달러의 추가 해지 요청 가능성도 높은 상황에 놓였다. 보건복지부는 또 올해 해외주식 투자자산에 대한 환 헤지비율을 100%에서 70%로 낮추려던 계획을 90%로 올리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헤지비율을 더 완화하려던 계획도 1년간 늦췄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환헤지 비율은 2008년 말 70%, 2010년 말 60%, 2011년 말 50%가 됐고, 환헤지 비율 허용범위도 ±5% 포인트에서 ±10% 포인트로 변경됐다. 이는 국내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원ㆍ달허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