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결 좀 해주세요. 나도 잘 할 수 있거든요.”
최근 낯선 중소 섬유인들로부터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12일 ‘섬유업계의 대ㆍ중소기업들 간의 협력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 뒤 중소 섬유업체 사장들이 “나도 잘 할 수 있으니 연결 좀 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었지만 흔히 사양산업으로 불리는 섬유업종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소업체들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섬유업을 중심으로 한 연관 기업 및 대ㆍ중소기업 간의 협력사업이 차분히 모색되고 있다. 정부도 22개 프로젝트에 대해 올해 200억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용 폴리에스터 쿠션재 개발 프로젝트. 웅진케미칼이 소재를 만들고 중소업체들이 가공을 하면 코오롱글로텍이 해외 판매망을 가동, 마케팅을 펼치는 공정별 협력 사업이다.
문제는 정부가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말고는 업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협력사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회만 있으면 정부의 지원 확대를 줄기차게 외치는 섬유 관련 협회 종사자들도 정부 주도 협력사업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종합상사들이 상품을 기획하고 전문업체에 생산을 맡긴 뒤 알아서 팔아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상사들이 섬유 트레이딩에서 손을 뗀 뒤 한국 섬유업계는 만성적인 기획ㆍ마케팅 부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은 “일본 도레이사의 경쟁력은 자사의 원사와 원단을 염색ㆍ가공 분야의 장인들에게 맡겨 부가가치를 수십 배 높이는 ‘도레이 클러스터’에서 나온다”며 “대기업이 기획과 마케팅을 주도하고 일 잘하는 중소업체가 가공을 맡는 모델은 한국에서도 시급히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업의 트렌드는 이제 더 이상 의식주의 첫 단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제조업, 정보기술(IT), 의료, 바이오, 나노 산업 등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획과 마케팅 부문을 영세한 중소업체가 스스로 강화하기는 어렵다. 섬유 관련 협회와 대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