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축·관조의 예술세계 반추
윤중식, '흑의의 여인'등 대표작 출품
올해로 미수를 맞은 화가 윤중식(尹仲植ㆍ88) 씨가 화집 발행을 기념해 오랜만에 전시회를 갖는다. 그가 단독전시회를 갖는 것은 1982년 이후 18년만의 일이다. 오는 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화집은 1950년에 그린 `흑의의 여인'을 비롯해 210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모두 230쪽 가량으로 지난 98년에 제작한 `설경', `군상'까지를 실었다.
전시회에는 이들 수록작품 중 40점이 엄선돼 나온다. `호수' `아침' `섬“ 등 대표작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일반에 선보이는 것이다.
평양 출신인 윤씨는 숭실중학 2학년(1931년) 때 소녀와 풍경을 그린 두 점의 유화를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 모두 입선함으로써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이후 일본도쿄의 데이코쿠 미술대학으로 유학한 그는 1942년 조선미술전에 `석양'을 내어 입선하기도 했다. 평화롭고 향토적인 석양풍경을 눈부신 색조로 그려낸 이 작품은 후기작품의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소재나 방법에서 윤씨 만큼 일관된 톤을 유지하는 작가도 드물다는게 화단의 평가다.
윤중식은 평상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학창시절 나의 꿈은 연극배우, 연출가, 지휘자였다. 그러나 그림을 하게 된 것은 내 성격이 내성적인 탓이었다.“
자신의 고백처럼 내향적인 성격이 만들어 낸 화폭은 지극히 함축적이면서도 무척 관조적이다. 작가가 1954년 첫 개인전을 가질 때 미술평론가 이경성은 그를 가리켜 `석영(夕影)의 작가'라 불렀다. 저녁햇살과 그 색조의 자연미에 집착했던 작가를 그렇게 표현한 것.
작가는 석양과 같은 특정 시간대의 색채적 자연미에 대한 찬가와 그 영원한 생명감을 최대한 농축시켜 표현했던 것이다.
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 소장은 “윤중식의 작품세계는 서정적 탐미의 구도를 읽을 수 잇다”고 강조한다.
또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윤중식의 작품들이 주는 감동을 음미하면서 우리는 문득 살아있는 즐거움을 간직하게 된다“면서 “밝고 화사한 색과 강렬한 터치, 중후한 톤이 주는 회화의 묘미와 더불어 소재가 주는 향토적 정서는 잊혀져 가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다시 환기시켜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0년의 시간대가 흐트러짐없이 일관된 맥락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조형의식과 애착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한 노작가의 내면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이다. 문의 (02)734-6111.
/이용웅기자 yyong@sed.co.kr입력시간 2000/11/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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