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3월 이후 96개월째 미국의 경제호황이 지속되면서 60년대의 황금기를 재현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경제는 80년대 수치의 세배인 연간 3%에 달하는 생산성 증가를 시현하였으며 약 1,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완전고용을 이루었다. 이러한 경이적인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에 대하여 근착 이코노미스트지는 제5주기의 기술혁신으로 설명하고 있다.기술혁신은 발명 또는 신지식의 개발에 의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지식의 등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 혹은 새로운 경영방식에 의해 상품성있는 제품이 생산되고 이 제품의 수익률이 기존 제품을 능가할 때, 그래서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이 재편될 때 우리는 혁신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혁신으로 인한 변화는 반도체 혹은 자동차 등 개별시장에서 기업간 시장점유율의 순위를 바꾸는 정도에서 멈출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낡은 산업을 소멸시키고 경제성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만큼 위력적인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하였다.
기술혁신의 혁명적인 위력에 주목한 슘페터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변동의 원인을 창조적 파괴, 즉 혁신에서 찾았다. 슘페터에 따르면 경기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것은 혁신에 의해 경제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혁신에 의한 신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경기는 다시 하강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혁신에 의해 새로운 경기상승이 시작되면서 경기변동의 한 주기가 종언된다는 것이 슘페터의 주장이다.
슘페터 자신은 전기·화공·내연기관의 등장으로 시작된 콘트라티에프 경기변동의 제3주기가 끝나가던 해인 1950년에 세상을 떴지만, 혁신에 의한 경기변동의 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석유화학·전자공학·항공기·대량생산 등으로 대변되는 경기변동의 제4주기가 끝나고 디지털 산업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정보산업의 혁신으로 촉발된 제5주기에 이미 진입했다. 제4주기의 주력산업으로 성공한 일본의 쇠퇴와 제5주기의 주력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성장을 보면서 일본으로부터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새로운 생산기법을 배웠던 세계는 이제 미국으로부터 혁신을 가능케 했던 사회제도와 기업풍토를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5주기를 선도하는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산학협동체제가 잘 구축돼 과학자들의 연구가 용이하게 상품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0년에 「스티븐슨 와이들러」 기술혁신법과 「배이 돌」 기술관련법을 제정하였다. 이 두 법령은 국립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산업기술로 용이하게 전환할 수 있고 동시에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 종사자들의 실험실 창업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미국에서 기술혁신의 봇물을 트게 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혁명적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업풍토가 조성되어 있었다. 성능·편의성·안전성·비용·상품수명 등의 점진적인 개선도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시장을 재편하는 것은 점진적 개선에 의한 혁신이 아니라 과거의 개념과는 다른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의한 혁신이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산업연구소(IRI)의 조사에 의하면 하나의 아이디어가 성공하기까지는 평균 3000여개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엉뚱한 아이디어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풍토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 3M사의 대표적인 성공상품 중 하나인 「포스트잇」이 한 사원의 아이디어로 탄생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으로, 기술개발의 대가가 분명하여 국가나 대학으로부터 연구비를 이미지원받았다 해도 과학자들은 상품수익의 일부를 기술개발의 대가로 다시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경우 주식상장이 용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을 매각하여 떼돈을 버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미국이라는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적절하였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는 규제완화, 세금감면 등의 정책을 통해 보다 많은 기업에 과감한 투자유인을 제공하였다. 정부주도의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개별기업의 혁신을 돕는 정책들을 취한 것도 유효하였다.
콘트라티에프의 경기변동주기를 보면 제1주기의 기간이 60년, 제4주기의 기간은 40년으로서 새로운 기술의 개발주기가 짧아지고 있으며 1990년에 시작된 현재의 제5주기는 2020년께에 끝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신기술로 알려진 것들도 불과 7~8년이 지나면 보편화되고 2020년께에는 현재와는 또다른 새로운 기술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선진국이 지니고 있는 신기술들을 배우고 관련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이끌 새로운 기술개발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경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