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온상' 정치권 대청소

대선자금 수사결산… 검은돈 수백억 적발·40여명 사법처리
불법자금 사용처 조사 유보 '옥에 티'… 17대 '돈 안드는 선거' 견인역도

'비리온상' 정치권 대청소 대선자금 수사결산… 검은돈 수백억 적발·40여명 사법처리 불법자금 사용처 조사 유보 '옥에 티'… 17대 '돈 안드는 선거' 견인역도 • 8大 기업비리… 부당내부거래 변칙富세습 '타깃' • 검찰 기업비리 엄단 천명 ‘한국판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가 한국 정치를 청소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불법 정치관행을 단죄한 대선자금 수사가 9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이라는 성역에 과감히 칼을 들이대 대통령 측근은 물론 실세 정치인들을 줄줄이 사법처리, 비리의 온상이었던 한국 정치판을 근본부터 바꿔놓았다. 아울러 검은 돈을 매개로 수십여년간 뿌리 박힌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는 분기점을 만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특히 검찰은 이번 수사를 시발로 기업의 본질비리를 엄정 수사하겠다는 원칙을 천명, 한국기업의 투명성을 한단계 높이는 토대도 만들어놓았다. 이번 수사는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러 이른바 ‘출구조사’로 불리는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를 유보해 옥에 티를 남겼다. ◇ 분식회계 수사서 출발 = 당초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을 겨냥한 기획수사를 한 게 아니었다. 지난해 8월 말 증권선물위원회가 SK해운의 분식회계 사건을 검찰에 고발, 재벌기업 비리 수사로 시작된 것이다. SK해운을 수사한 검찰은 여기서 정치권으로 흘러간 검은 돈을 포착했다. 같은해 10월15일과 30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구속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는 급기야 11월3일 검사 20명을 포함해 100여명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의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리고 ‘대선자금 전면수사’ 방침을 선언했다. 이후 검찰은 7개월여 동안 SK에 이어 LG그룹ㆍ현대차ㆍ삼성그룹의 ‘차떼기’ ‘책떼기’ 등의 수백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밝혀내고 총 13명의 현역 의원과 기업 총수 2명을 구속하는 등 40여명을 사법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채권을 추적하던 검찰은 사채시장에서 흘러다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꼬리를 잡아내기도 했다. ◇ 정치개혁 견인차 평가 = 이번 대선자금 수사의 최대 성과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부패 관행을 혁파하는 전기를 마련한 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검찰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통해 노 캠프 주변의 불법 자금을 성역 없이 파헤쳐 그동안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에 실망했던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았다. 이와 함께 대선자금 수사에 압박을 받은 정치인들이 17대 총선을 ‘돈 안 드는 선거’로 치러 정치풍토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번 수사는 또 정치권의 정치관련법 개정을 유도, 고비용 정치구조를 초래한 주범으로 꼽혔던 지구당 폐지 및 정치자금 투명화 등 정치권의 체질개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도 기여했다. / 이규진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 2004-05-21 16:5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