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는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자 단속 등을 통해 오는 2010년 기초보장예산 약 11조원(의료급여ㆍ지방비 포함)의 5%인 5,500억원을 절감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을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160만 명의 7%(11만5,000명)에 지원할 계획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85만 가구 154만 명에 이르는 빈곤층에 생계ㆍ주거ㆍ의료ㆍ교육급여 등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연간 최대 4,000억~5,000억원가량이 ‘부적격자’에게 새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올해 기초보장예산 8조3,000억원의 4.8~6%나 된다.
복지부는 광역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부정수급자 조사ㆍ단속, 사각지대 발굴 등의 업무를 전담할 6개 권역별 ‘기초보장관리단’을 2010년부터 가동한다는 목표 아래 내년 1월부터 1개를 시범 운영한다. 또 기초자치단체의 기초생활보장 담당 공무원들이 정부 등에서 제공하는 소득ㆍ재산 관련 자료들을 보고 개별 기초수급자의 전산자료를 일일이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되도록 전산 프로그램 등을 보완하고 각종 급여 서비스의 중복ㆍ누락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구축해 내년 7월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인프라가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와 지자체는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해외 출입국, 지적, 교정시설 입ㆍ퇴소 자료와 금융자산 등을 조사해 6만7,802가구의 급여를 삭감(5만5,055가구)하거나 중지(1만2,747가구)하는 등 362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는 현장은 이것 말고도 수두룩하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8월까지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한 중증장애인 심사 3만1,823건 중 33.5%(1만653건)의 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이로 인해 연간 117억원의 중증장애인수당이 불필요하게 지급됐다는 것이 심 의원의 분석이다.
국민의 혈세가 진짜 빈곤층에게 흘러가도록 검증ㆍ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소홀히 한 채 ‘퍼주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학 교육비 면제 및 이자감면, 이동통신 요금 감면 등 각종 시혜성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서 ‘탈락’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도 커지고 있다. 세금이 엉뚱한 데로 새나가지 않도록 정부가 두 눈을 부릅떠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