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실적ㆍ가격메리트 높은 중소형주 중심 접근 바람직할 듯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이후 유로존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 증시가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이달 들어 주가가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단기 지지선으로 꼽혔던 1,950선마저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3ㆍ4분기까지는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은 가격메리트가 높은 중소형주 위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6포인트(0.27%) 하락한 1,944.93에 장을 마쳤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반영하듯 이날 거래대금은 4조3,796억원에 그치면서 6거래일 연속으로 4조원대에 머물렀다. 앞으로 수급 전망도 밝지 않다. 단기 바닥을 찍고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당분간 가격메리트가 높은 중소형주 위주의 제한적인 매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거래대금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기ㆍ전자와 자동차, 음식료 등 일부 업종에 그치고 있어서 시장 전반적으로는 이익모멘텀이 약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연간 실적 전망치가 있는 12월 결산법인 116곳)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근 한달간 0.53% 상향조정 됐지만 전기전자(9.25%), 운수장비(3.72%) 등 일부 업종만 상향됐고 운수창고(-13.9%), 전기가스업(-13.09%), 화학(-8.64%) 등 대부분의 업종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센터장은 “2ㆍ4분기 이후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경우 증시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열쇠가 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이익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국내 경기 회복이 미미하고 해외부진으로 수출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실적회복의 토대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해질 경우 시장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기업실적은 경제 펀더멘털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증시 분위기를 이끌기보다는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900선에서 단기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0일 이동평균선인 1,940선에서 단기 지지가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되지만 무너지더라도 1,900선에서 심리적인 지지선이 형성되면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달말에서 다음달 초를 기점으로 변곡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월 전후로 그리스의 연정 구성과 유럽연합의 경제성장계획 등이 확정되고 중국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추세적인 반등 시점은 3ㆍ4분기 이후로 점쳐졌다. 이종우 센터장은 “현 주가 수준은 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가격 메리트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기 회복세 역시 뚜렷하지 않아 유럽 사태가 안정되고 경제지표의 반등이 뚜렷해지면서 수급 주체가 형성될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정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소형주의 기술적반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실적모멘텀과 가격메리트를 겸비한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팀장은 “상승종목수와 하락종목수의 상대적 비율을 의미하는 ADR지수가 최근 바닥권에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는 만큼 지수 영향력이 덜하면서 낙폭이 큰 중형주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가격메리트를 겸비한 종목을 단기 매매의 대안으로 삼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IT와 자동차가 이익모멘텀을 바탕으로 증시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이준재 센터장은 “ITㆍ자동차 업종에 대한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앞으로도 실적모멘텀이 뚜렷한 업종이 증시를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내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소재산업 보다는 ITㆍ자동차 등이 변동성이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