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브랜드가치 줄다리기

"12억원이면 충분하다."(대우차) "2,500억원은 돼야 한다."(대우인터내셔널) 대우자동차의 해외판매분에 대한 로열티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대우차와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비롯, 산업은행ㆍ우리은행ㆍ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 채권단과 대우인터내셔널측은 10일에도 협상을 재개해 이 문제를 협의했으나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양측의 입장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듯 보인다. 대우자동차는 향후 5년간만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12억원을 제시하고 있으나 대우브랜드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영구사용을 전제로 2,500억원을 제안하고 있는 것.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차가 주장하는 '5년간 사용 후 사용중단'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영속기업(going concern)'의 특성상 5년 후에도 대우브랜드의 계속사용 여부를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고 해외판매가 호전될 경우 대우차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필요를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우자동차는 연간 해외판매분에 대한 영업이익의 25%(12억원)를 산정근거로 내놓고 있다. 대우라는 브랜드는 대우자동차나 대우전자 등 옛 대우계열사들의 노력으로 쌓아온 것이지 상사 부문인 대우인터내셔널의 고유권리가 아니라는 입장도 반영돼 있다. 양측의 이러한 첨예한 입장대립은 채권단이 대우차를 GM에 매각할 때부터 예고됐다. 채권단은 GM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부속조항(closing condition)으로 대우 브랜드의 해외사용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한 상태. 오는 9월1일부터 'GM대우' 합작법인이 정식 출범할 예정임을 고려하면 어찌 됐건 8월 말까지는 해결을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채권단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기업 고유의 브랜드가치에 대한 평가를 선행계약에 묶여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11조원, LG 5조원, SK는 4조원 등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이미지에 더해 30여년간 쌓아온 한 기업의 브랜드가치 역시 제대로 평가받기를 기대해본다. 강동호<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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