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숙박·쇼핑업계, 평소보다 줄어 전망 무색11일 서울 명동의 한증막집 '천지연'. 평소 옷 쇼핑과 피부미용, 식사 등을 위해 명동을 찾는 일본인들의 단골집으로 꼽히는 이곳은 여기 저기를 둘러봐도 일본인들을 찾기 힘들었다.
종업원인 김세진씨는 "월드컵이 시작되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70~80%나 줄어 월드컵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애로를 호소했다.
이처럼 월드컵 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항공사들과 호텔ㆍ여행사, 쇼핑타운이 외국관광객 들이 저조, '월드컵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월드컵조직위 등 관계당국은 "월드컵으로 국가이미지가 제고되면 관광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겠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는 입장이다.
◇월드컵 특수 거품 많아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애초 한국개발연구원이 월드컵 관광특수를 장미빛 일색으로 전망하는 바람에 아주 곤혹스럽게 됐다"며 "가전과 이동통신, 자동차, 식음료 업계 등 일부는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관광산업은 불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 관광객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인들이 자국 내 월드컵 개최에 따라 55%나 한국 행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인들도 비싼 패키지상품과 과도한 보증금, 까다로운 비자발급, 16강 탈락이 겹치며 당초 예상보다 60%가량이 감소한 3만~4만 명에 그칠 전망이다.
◇항공사들 특수실종
건설교통부와 항공업계는 월드컵 기간 중국과 일본 특수를 노리고 항공노선 증편과 특별 전세편까지 대거 마련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ㆍ중, 한ㆍ일 항공노선 탑승률이 최고 20~30%나 떨어졌고, 김포~일본 하네다공항간 하루 10편의 운행계획 등 전세편도 개점휴업 상태다.
◇호텔ㆍ여행사ㆍ관광지도 울상
호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도 "월드컵 불황"이라며 실망 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들도 "여행가이드와 관광차량을 많이 준비해 두었는데 기대 밖"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게다가 입국한 외국인들도 경기는 한국에서 보고 관광은 동남아에서 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다.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40~50%에 달하던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기며 월드컵 기간 투숙률이 예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쇼핑타운도 불황 호소
남대문과 동대문상가, 명동, 이태원, 백화점의 면세점 등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쇼핑가도 관광객 감소에다 바이어들 마저 월드컵을 피하려는 심리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한국특산품을 파는 한 매장의 한 여 직원은 "매상이 월드컵 전에 비해 30~40%나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일부 자구책, 역부족
동대문상가는 서울시와 함께 12~14일 중국과 합동으로 콘서트와 패션쇼, 바이어설명회, 전통공연 등을 갖고 중국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키로 했다.
관광공사도 일본 신문에 관광한국을 소개하는 광고를 내고, JTB 등 주요 여행사들도 월드컵 상품을 새로 출시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고광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