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기술, 中 스크린 속으로…

중국 영화 시장 발전하며 진출 기회 늘어…“무분별한 진출은 경계해야”

“‘대지진’을 연출한 중국의 펑샤오강 감독이 영화가 완성된 뒤 포스터에 사인과 함께 글을 보내왔더군요. ‘너 없이는 안 돼’라는 문구였지요. ”(영화 특수효과 업체 데몰리션의 정도안 대표) 지난 4일 국내에서도 개봉한 중국영화 ‘대지진’은 1976년 탕산 대지진과 2008년 쓰촨 대지진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로 1억2,000만위안(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중국 내에서만도 6억6,000만위안(약 1,1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대작이다. 탕산 대지진은 23초 동안 27만명의 사상자를 냈고 주택 93%가 무너졌던 대참사였다.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실감나게 만들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주인공은 바로 한국 업체들이다. 중국영화시장이 매년 40%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데 힘입어 한국영화 업체들의 중국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오는 2015년 말까지 문화산업 규모를 2007년의 4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문화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자 우리나라 영화 업체들의 진출기회도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영화 ‘대지진’에는 특수효과 업체인 데몰리션과 분장업체 메이지, 음향업체 블루캡사운드웍스 등 국내 영화기술 업체 세 곳이 함께 참여했다. 또 최근 개봉한 우위썬 감독의 영화 ‘검우강호’의 컴퓨터그래픽(CG)도 국내 CG업체인 CJ파워캐스트의 작품이고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에 나오는 당나라의 웅장한 모습 역시 국내 업체 에이지웍스의 손끝에서 되살아났다. 특히 데몰리션은 펑 감독의 영화 ‘집결호(2007)’에 참여한 이래 지난해 개봉한 우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 올해 ‘대지진’ 등 세 번째로 중국영화에 참여했다. 데몰리션은 국내에서도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전우치’ 등 굵직한 작품을 담당했고 우리나라 영화 특수효과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국내 최대 업체다. 이 업체가 중국영화 한편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며 받는 돈은 약 100만달러(약 11억원). 정도안 대표는 “우리나라 업체의 경쟁력은 전문화보다 통합능력”이라며 “할리우드는 폭파ㆍ물ㆍ와이어 등 특수효과 분야가 세분화돼 있지만 우리는 통합돼 있기 때문에 제작자로서는 더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고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국내 대작영화가 없었던 2년 전에 만약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적자가 났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중국에 지사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영화 업체들의 중국진출이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해외진출이 자칫 기술유출과 신뢰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영화 관계자는 “중국영화는 풍부한 인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꾸준한 기술개발과 철저한 계획 아래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기술만 유출시키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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