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상장 유치 과열 … 제살 깎아먹는 증권사

저가 수수료 경쟁에 수익 감소 "계약 도중 기업 가로채기도"
새 먹거리도 레드오션화 우려


해외 기업의 상장유치전이 과열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저가 수수료 경쟁에 나서 제 살 깎아 먹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증권사들의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으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체 이미지마저 나빠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기업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들 중 일부는 해외 기업들과 주관사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다른 증권사들이 끼어드는 바람에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국영 제약업체와 상장 주관사 계약이 마무리 단계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수수료 수준을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 업체가 사실상 우리와 일을 하기로 합의된 상태인데도 다른 증권사가 접촉을 하는 바람에 곤란했다"고 말했다.

영국계 미디어기업 콘텐트미디어의 상장 주관사로 유력한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도 "콘텐트미디어와 같은 영·미계 기업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깎으려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주관사 선정에서 배제된 다른 증권사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내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계 한상기업 엑세스바이오 상장을 주관해 큰 수익을 낸 유진투자증권도 국내 증권사들의 끼어들기로 당초 예상했던 수수료보다 적은 수수료를 챙겼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상장이 흥행해 결과적으로 제값을 다 받았지만 주관사 계약 당시에는 당초 생각했던 수수료율보다 1.7~1.8%포인트(40만~50만달러) 정도 낮게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한국거래소의 적극적인 지원과 오랫동안 해외 기업 상장에 공을 들여온 증권사들의 노력으로 해외 기업 상장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엑세스바이오를 상장한 유진투자증권은 수수료 수익(8억여원)과 지분(4.8%) 투자로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해외 기업 상장에 주력하고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 상장 때 증권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수수료 수익이 턱없이 줄어들고 일부 증권사들은 역마진 현상까지 보였는데 이제 해외 기업 상장에까지 이 같은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해외 기업 상장은 국내 기업 상장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금액이 투입된다"며 "어렵사리 섭외한 해외 기업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거래소 관계자도 "해외 기업은 상장 시 증권사에 기본적으로 10% 이상의 수수료를 준다"며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기업 상장시 6~8%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증권사 간의 경쟁으로 인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중재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