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분기 성장률 괜찮지만 소비침체 2분기 걱정된다

우리나라의 올해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4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동기 대비 3.9%(속보치) 증가했다. 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0.9% 증가해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에 1%대로 턱걸이한 뒤 다시 미끄럼을 탄 셈이다.

1·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3%로 지난해 4·4분기(0.6%)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5,800억원 상당의 가계소득이 줄어든 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겨울의류·난방용품 등의 소비도 줄었다. 계절적·일시적 요인이어서 2·4분기에 소비가 살아나면 성장률은 다시 올라갈 여지가 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 전체의 침체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2·4분기의 소비심리 위축이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할 정도다. 세월호 사고 이후 카드 사용액과 유통업계의 매출이 눈에 띄게 움츠러들고 기업들도 일제히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학기 초중고교 수학여행과 지역축제 등을 무작정 취소·연기하면서 여행·호텔·외식업계 등까지 홍역을 앓고 있다.

성장률 0.9%의 대부분은 수출에 힘입은 것이다. 반면 내수는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4·4분기 5.6% 증가했던 설비투자가 기계류 부진으로 1.3%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부담스럽다. 소비·투자 등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한은이 전망한 올해 4% 경제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면 가계소득이 연간 4,600억원, 국세수입이 2,200억원, 취업자가 7,600명 감소한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개발이야말로 내수 진작의 원동력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적극 수습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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