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현대카드·캐피탈은 재계 맞수인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 수년 동안 치열하게 격돌해왔다. 단순한 외형 경쟁이 아니라 상품 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시장 점유율 '빅3'를 놓고 진검승부를 이어가더니 급기야 지난 2012년에는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 제로(0)'를 표절했다며 현대 측이 이에 대한 내용증명을 삼성 측에 발송해 아슬아슬한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지난 1·4분기에는 마케팅비용 절약, 챕터2 상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현대카드의 순이익이 926억원을 기록, 삼성카드(905억원)를 제치면서 외형에 이어 이익에서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두 회사가 이번에는 '카드복합 자동차 할부금융'을 놓고 또다시 한판 붙는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금융 당국과 현대캐피탈·삼성카드 등이 은행연합회에서 카드복합 자동차 할부금융 존폐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이 상품은 고객이 카드로 일시불에 자동차 구매시 카드사와 제휴한 캐피털사가 결제액을 내주고 고객은 캐피털사에 결제금액을 할부로 지불하는 상품이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캐피털사에 수수료를 떼주고 캐피털사는 해당 수수료의 일부를 고객에게 할당해 할부이자를 감면해준다. '카드-캐피털-고객' 모두 윈윈하는 상품이어서 2010년 처음 선보인 후 시장 규모가 지난해 말 현재 4조6,000억원까지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카드의 취급 비중이 가장 높아 대표성을 띄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 시장 점유율 물량이 2011년 90%여서 사실상 독점했는데 카드복합 자동차 할부금융 탓에 75% 정도로 축소됐다. 이에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취급 실적 시장점유율도 56.5%로 2년 새 10.3%포인트 급락해 물러설 곳이 없다. 현대캐피탈은 카드사가 대손 위험과 신용공여 없이 자동차 판매사로부터 가맹점 수수료만 받아 챙겨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논리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