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커지는 중국의 입김

파이낸셜타임스 5월31일자

공산국가 중국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이사국 중 가장 조용한 멤버였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외교적 영역으로 간주되던 중동문제에 대해 중국은 다른 4개 이사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이런 분위기가 지금은 바뀌고 있다. 아마도 세계는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가 지난해 궤도비행을 할 때 중국 국기와 유엔기를 같이 달고 있었다는 사실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중국은 지난주 UN에 배포한 ‘이라크는 이라크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제목의 문서를 통해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UN의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미국측의 제안을 비판했다. 중국의 움직임을 미국의 패권에 대한 거센 도전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유엔 주재 중국대사 왕광야는 중국은 미국의 제안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개선안’을 제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중국과 설전을 벌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을 종결시키기 위해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는 핵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한 협의체인 핵지원그룹(NSG)에 중국이 가입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두 나라는 과거 어느 때보다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 재무부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재정적자를 보충해주고 있다. 중국은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중국정부와 세계은행의 공동주최로 지난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은행 빈곤회의에서 아프리카 대표들이 중국에 보인 경외심은 중국이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남미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주기구(OAS)의 영구 옵서버 자격을 얻었으며 미주개발은행(IADB) 지분 참여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자국의 ‘산업혁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원유를 상당 부분 공급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안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들은 중동 지역에서의 그들의 영향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세계는 UN에서 중국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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