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회고록 타고 인기폭발

`한 정치인의 정교한 계산인가, 대통령의 아내라는 속박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 한 여성의 솔직한 감정 표현인가.`9일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이 8년간의 백악관 시절을 회고한 `역사와 함께 살면서(Living History)`의 시판에 맞춰 뉴욕 타임스가 제기한 물음이다. 이 신문은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의 말을 인용, “어느 경우든 그 책의 출간으로 사람들은 앞으로도 미국 정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한 여성을 재평가할 것 같다”며 “이미 그녀는 민주당의 대선주자 9명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힐러리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각 언론사가 앞 다투어 그녀와의 인터뷰를 하거나 할 예정에 있다. ABC 방송은 8일 밤 7시 황금시간대에 방송계의 `퍼스트 레이디` 바버라 월터스의 힐러리 인터뷰를 1시간 짜리 특집 뉴스로 꾸며 내보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그녀를 표지모델로 한 최신판에서 회고록 발췌문과 인터뷰를 소개했다. 출판가는 벌써부터 회고록을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대형 서점 `반즈 앤 노블`의 봅 위트랙 판매담당 부사장은 “이 책이 올해 논픽션 부문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9일 아침 뉴욕 맨해튼의 이 서점에서 열린 힐러리의 첫 사인회 행사에는 그녀의 사인을 받으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서점측은 혼잡을 피하기 위해 선착순 250명에게 록 콘서트 입장권 판매 때처럼 팔찌를 나눠줘 이들에게 사인 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정작 힐러리는 타임과 ABC 방송 인터뷰에서 200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절대적으로 아니다”가 그녀의 대답이었다. “2008년 미국이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면…”이라는 월터스의 유도성 질문에 그녀는 “출마할 의도가 없다”는 대답으로 비껴갔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힐러리가 무슨 말을 하든 이미 그녀의 2004년 대선 선거전은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힐러리에게 쏟아지는 또 다른 질문은 “왜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결혼을 유지했는가”이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회고록에서 “남편은 아직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남자라고 믿는다“며 “내가 아는 한 아무도 빌 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없으며, 빌 처럼 나를 웃을 수 있게 할 사람도 없다”고 적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결론을 유지해준 것은 클린턴의 사생활을 파헤친 스타 특별검사였다. 힐러리는 “그가 사법제도를 악용해 직권을 남용한 것에 대해서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리러는 “나를 정말로 상심하게 하는 것은 남편의 외도나 거짓말이 아니라 클린턴 정부가 제 궤도에 올려 놓은 경제를 망치고 있는 조지 W 부시의 혼란”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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