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공급’ 불구 외환보유고 등 감안/“못믿겠다” 분위기 환율적정선 밝혀야증시를 빠져나온 외국인들이 외환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도 여전하다.
외환당국은 2일까지만 해도 『달러당 9백65원선을 사수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안가리겠다』고 다짐했지만 3일 환율은 한국증시를 떠나려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달러사들이기」 물결에 휩쓸려 달러당 9백70원으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최근 당국의 결연한 의지로 볼 때 달러당 9백70원은 일단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환율방어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당국의 환율방어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불확실하다. 외환시장에서 당국의 환율방어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는 외환보유액.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백80억달러 정도에 불과할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3백5억1천만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담담한 반응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국이 폭등하는 환율에 놀라 이틀 반나절동안 물러서있다가 외환시장 개입을 본격선언한게 지난달 30일. 이후 실제 시장에 공급된 달러화는 모두 이달초부터 결제가 이루어졌다. 당국의 설명대로 지난달말 외환보유액이 9월보다 소폭 늘어난 것은 시중은행에 주었던 외화예탁금을 회수한 결과일 뿐이다. 결국 지난달 30일이후 달러공급물량은 이달들어 대폭적인 외환보유액 감소를 가져올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처럼 외환보유액 부족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강해 『무제한 달러를 풀겠다』는 공언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율방어가 과연 최선의 선택이냐는데 있다. 마냥 『불안심리가 문제』라며 시장개입을 정당화하다간 구조적인 환율상승압력에 무너질 수 있다.
한편으론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인위적인 환율안정을 틈타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호기만 제공하는 결과도 염려스럽다. 증시를 떠난 외국인들은 당연히 환율이 더 오르기전에 달러를 바꿔 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실수요증명 없이는 달러거래를 못하는 상황이다. 환율변동에 대비, 각종 수단을 동원해 리스크헤지(위험회피)를 해야하는데 제약이 많다. 안전판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런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할 길이 거의 없어 불안한 모습이다.
현재 당국으로선 환율안정 외에 해법이 없다. 지금까지 수없이 방어선을 후퇴하며 시장참가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당국은 이제라도 실제 방어할 수 있는 환율적정선을 분명히 밝히고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때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