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연구원이 3일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한 ‘비과세ㆍ감면 제도 운용방안’의 골자는 각종 준비금 등 껍데기만 남은 제도는 과감히 없애는 대신 연구개발(R&D)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더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55개 조세감면 항목 가운데 25개는 더이상 연장하지 말거나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권고안이 얼마나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조세연구원의 정책 제안일 뿐”이라며 “55개 항목 검토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집단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으로 인해 정부안 마련과 국회 입법과정에서 25개 조항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수명을 연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실효성 없거나 목적 달성된 제도 폐지ㆍ축소=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고 실효성이 없거나 당초 목적이 달성된 제도는 정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원효과가 불확실한데다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각종 준비금제도가 여기에 속한다. 이에 따라 연구 및 인력개발비준비금 손금산입, 코스닥 중소기업 사업손실준비금 손금산입, 부동산투자회사 투자손실준비금 손금산입, 문화사업준비금 손금산입 등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도입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에 대한 과세특례와 회사설립 실적이 거의 없는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과세특례도 폐지될 전망이다. 당장 없애긴 힘들지만 고소득층을 비롯해 중산층에 주어지는 현행 금융상품 이자소득이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조세연구원은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생계형 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특정 계층 지원을 위한 비과세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절세상품은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농어촌목돈마련저축ㆍ세금우대종합저축ㆍ장기저축성보험ㆍ선박펀드 등에 대한 감면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것. 세금우대종합저축에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이 모두 포함돼 폐지가 최종 결정될 경우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이자소득세는 15.4%로 높아져 그만큼 예금이자가 줄어들게 된다. 장기보유 주식 배당소득 비과세와 예탁금 이자 비과세 등은 축소할 제도로, 농어가목돈마련저축 비과세와 펀드의 증권거래세 면제 등은 폐지할 제도로 분류됐다. 각종 절세와 배당소득 등에 대한 비과세ㆍ감면 폐지 또는 축소는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하는 외국인 기술자 소득세 면제, 기술도입 대가에 대한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도 단계적으로 감면율을 줄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잠재력 확충 위한 혜택은 유지=연구개발ㆍ설비투자 확충을 위한 세혜택은 지속된다. 연구개발 및 투자 확충을 위한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와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 기술취득금액 세액공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와 환경ㆍ안전설비 투자, 근로자복지증진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취약계층인 중소기업과 근로자, 농어민 등을 타깃으로 하는 비과세ㆍ감면 제도도 상당수 유지된다. 중소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액의 3%를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덜어주는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는 일몰 시한이 연장된다. 아울러 저축장려 상품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라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근로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는 유지된다. 다만 일반적인 저축장려 상품인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일반인에 대한 특례는 폐지하고 노인ㆍ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은 기존 생계형 저축으로 흡수ㆍ통합해 지원한다. 이밖에 정치권에서 제기한 일반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세 경감 조항 역시 연장이 유력시된다.